반덤핑관세를 부과했지만 오히려 수입이 늘어난 중국산 품목은 대체로 석유화학 제품이었다. 관세 부과 후 오히려 수입이 늘어난 6개 품목 중 5개가 석유화학 제품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반덤핑관세 효과가 가장 미미한 대표적인 제품은 가장 최근에 관세가 부과된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수지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중국산 PET 수지에 7.00~7.98%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부터 4개월간 잠정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반덤핑 조치를 확정한 것이다.
중국산 PET 수입액은 지난 해 7월 1448만달러에서 잠정 반덤핑관세 부과 직후인 8월 729만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한 달만인 9월 다시 1357만 달러로 원위치했다. 그리고 11월에는 2029만달러로 수입액이 급증했다. 반덤핑관세가 확정된 11월 이후인 12월 수입액은 1314만달러로 주춤했지만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4월 기준 중국산 PET 수입액은 1986만달러까지 올라갔다.
합성섬유인 완전연신사(FDY) 섬유는 2022년 1월 반덤핑관세 부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입액이 늘었다. 2022년 4539만달러였던 중국산 FDY 섬유 수입액은 2023년 6229만달러, 2024년 7225만달러로 증가했다.
공급과잉으로 재고를 처리해야 하는 중국 기업들이 반덤핑관세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석유화학 품목은 반덤핑관세율이 한 자릿수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부담이 덜하다. 폴리아미드 필름은 업체별 반덤핑관세율이 최저 4.90%~최고 28.60%다. FDY 섬유도 3.95~10.91%로 반덤핑관세율이 높지 않다.
반덤핑관세 부과 이후에도 덤핑이 이어진다는 국내 업계의 신고로 정부가 최근 중국산 PET필름에 대한 반덤핑관세 재심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산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저가 공세를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덤핑관세 부과 수준을 높이면서 대응하는 방법이 현재로선 적절하다”며 “석유화학 제품에 대해서는 중국 내 재고 현황 등 중국의 출혈 수출이 얼마나 이어질지 정부가 조사해 추가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덤핑관세 부과에도 중국산 저가 공세가 이어지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반덤핑관세 부과 품목을 대상으로 관세 부과 전후 수입액 변화 추이를 전수 조사했다. 산업부 무역위원회는 반덤핑관세가 효과를 내지 못한 원인 분석 등에 관한 연구용역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