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한테 수능 수학 시험을 보라고요?”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유명 학원이 다음달 7~10일 중2·중3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실시한다.
범위는 2028학년도 수능 수학 과목과 동일하다.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 전 범위에서 30문항이 출제되며, 수능과 동일하게 100분 동안 시험을 치르고, 성적표도 제공한다.
문제는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 과목이 모두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이라는 것. 정상적으로 교육 과정을 이수한 학생이라면 고1에 대수를, 고2때 미적분Ⅰ과 확률과 통계를 배우게 된다. 중학생이 이 시험을 치려면 교육과정을 2~3년 이상 뛰어넘어 선행을 마쳐야 하는 것이다.
서울 도곡동에 사는 주부 A씨는 “중2 아이 친구들 중에 1~2년 수학 선행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유명 학원에서 대놓고 중2 대상 수능 모의시험을 본다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주부 B씨(서울 도화동)도 “수학 선행으로 가뜩이나 학부모들 불안이 많은데 대놓고 사교육 선행을 조장하는 거 아니냐”며 “우리 애만 뒤쳐지는 거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지출된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이에 대해 학원 측은 아직 수능 수학을 접해보지 못한 중2, 중3 학생들에게 미리 시험을 경험해 보도록 만든 시험이라고 설명했다. 학원 측 관계자는 “몇 년 뒤 2028학년도 수능을 보는 중학생들에게 미리 수능 수학을 경험하게 하고, 고등학교 입학 전 성취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