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 정상이 이란 공격을 비롯한 미국의 대외 정책을 패권주의로 규정하고, 이를 견제하기 위해 유엔과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다자기구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합의했다.
21일 중국 관영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정상회담을 마친 뒤 이 같은 내용이 골자인 '세계 다극화와 신형 국제 관계 제창에 관한 공동성명'을 체결했다.
양국 정상은 성명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적 구도상의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며 "국제 정세가 더욱 복잡해지면서 일방적 위협, 패권주의, 진영 대결 및 신식민주의적 역류가 거세 국제사회가 파편화하고 '정글의 법칙'으로 퇴보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어떠한 형식의 패권주의와 위협성 정책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다자주의가 복잡한 세계적 문제를 해결하는 주요 방법이며, 유엔의 권위가 약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인 2022년 2월 정상회담 후 발표했던 성명에서도 패권주의를 비판했으나, 이번 성명에서는 표현의 수위가 한층 강화됐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상호 관세 부과와 무력 사용 등을 전면에 내세운 미국의 현실주의 외교 노선을 정조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러는 별도의 장문으로 구성된 '진일보한 전면적 전략 협조 강화와 선린 우호·협력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에서도 패권주의와 일방주의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천명했다.
양국은 무역에서의 일방적 제재,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차별적 관세 등에 반대하며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 무역체제를 수호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미국의 이란 공격과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등을 겨냥해 "타국을 군사 공격하고 주권국의 지도자를 죽이며, 정권 교체를 선동하고 일국의 지도자를 체포해 재판하는 행위 등은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에 심각히 반한다"며 결연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인 골든돔 계획에 대해서는 "우주 공간에서의 충돌 위험을 높이고 무기화 및 무장 대결의 장소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진입과 오커스(AUKUS) 기반의 '아태판 나토' 구축 시도, 북극권에서의 미국 군사력 강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일제히 견제구를 던졌다.
중·러 양국은 미국의 일방주의 노선에 대응해 중·러가 주도하는 다자 플랫폼인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의 역할을 전면에 내세웠다.
2001년 6개국으로 출발한 SCO는 2017년 인도·파키스탄, 2023년 이란, 지난해 벨라루스가 차례로 합류하며 회원국이 10개국으로 늘었다.
현재 옵서버 2개국, 대화 파트너 14개국을 포함해 전체 구성국은 26개국 규모다.
비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 역시 기존 신흥 5개국에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등이 추가 가입하며 덩치를 키웠다.
이는 중국이 서방 진영에 맞서 글로벌 사우스(신흥국·개도국) 결집에 공을 들이는 기조와 맞물려 양대 기구의 자본·외교적 중요성을 부각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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