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5 최종라운드 1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는 김민솔. 사진제공 | KLPGA
앞 조의 홍정민(23)이 18번(파5) 홀에서 버디를 잡아 먼저 합계 17언더파 공동선두로 경기를 마쳤을 때, 챔피언조 이다연(28)과 노승희(24), 김민솔(19)은 15번(파4) 홀에 있었다. 무려 8타를 줄인 홍정민과 달리 합계 16언더파 공동 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했던 챔피언조 세 명은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다. 15번 홀까지 이다연은 17언더파, 노승희는 16언더파, 김민솔은 15언더파였다.
이어진 16번(파3) 홀. 마침내 ‘김민솔 매직’이 시작됐다. 1번(파5) 홀 버디 이후 보기만 2개를 적어내며 힘겨워하던 김민솔은 16번 홀에서 두 번째 버디를 낚은 뒤 17번(파3) 홀에서 또 1타를 줄였다. 노승희, 이다연과 함께 나란히 17언더파로 맞은 18번 홀.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투온에 성공한 김민솔은 11m 이글 퍼트를 떨구며 오른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자이언트 베이비’ 김민솔이 극적으로 정규투어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김민솔은 24일 경기도 포천힐스 컨트리클럽 가든·팰리스 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5(총상금 15억 원)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2개로 3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를 기록해 노승희(18언더파)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상금 2억7000만 원과 함께 정규투어 시드를 획득했다. 이다연과 홍정민이 17언더파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국가대표 시절 에이스로 군림했던 김민솔은 한때 아마추어 세계랭킹 2위에 오른 ‘준비된 스타’다. 178㎝의 키와 단단한 체구에서 뿜어나오는 장타력과 함께 정확성까지 갖춰 한국 여자골프를 이끌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프로로 전향한 뒤 뒤늦은 ‘골프 사춘기’를 겪었고, 11월 정규투어 시드순위전에서 83위에 그쳐 올 시즌을 주로 2부인 드림투어에서 보냈다.
비록 성장통을 겪었지만 드림투어에서 4승을 수확하며 사실상 내년 정규투어 시드를 손에 넣은 김민솔은 추천선수로 나선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대형 사고’를 치고 단숨에 정규투어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이번 우승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난주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을 공동 3위로 마치는 등 간간히 나선 정규투어 대회에서 언니들을 위협하더니 결국 나흘 동안 리더보드 최상단을 지키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완성하며 단숨에 KLPGA 투어 판을 흔들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마지막 3개 홀에서 4타를 줄이며 극적인 드라마를 쓴 김민솔은 “기대하지 않았던 우승이 나왔다”며 눈시울을 붉힌 뒤 “남은 시즌 정규투어에서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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