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서울 강남권 등 재건축 현장에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두고 근심이 커지고 있다. 제도가 유지돼 실제 부담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당장 재정비 사업을 시작한 수도권 1기 신도시 등에서 과도한 부담금으로 재건축 조합의 내부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공약서 빠진 ‘재건축초과이익’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대선 정책 공약집에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재개발·재건축의 절차 간소화와 용적률·건폐율 완화 추진 의사를 밝혔다.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을 하지 않겠다”며 이전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정책 부작용을 고려한 언급도 했다.
하지만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과 이익을 회수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와 관련해서는 공약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업계는 서울 도심 내 주택 공급을 위해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도한 부담금에 재건축 사업 동력이 줄어들면 그만큼 신규 주택 공급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최대 50%를 환수하는 제도다. 2006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이 시행된 이후 폐지와 존속 의견이 엇갈리며 정권마다 부담금 부과 유예와 재시행, 개정을 반복했다.
최근 전국 재건축 조합장이 “초과 이익 규모를 산정하는 기초인 주택통계가 조작돼 과도한 초과 이익이 산정됐다”며 정부에 부과 절차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요구에 통계 조작에 따른 부담금 과산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 관계자는 “연대 차원에서 정부·여당과 면담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회 청원 동의가 5만 명을 넘은 만큼 폐지를 목표로 정치권을 향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제도를 당장 폐지하기보다 부담금을 부과한 뒤 적정성 여부를 확인해 볼 문제라는 입장이다. 진성준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도 지난달 “과도한 재건축 이익은 사회 공공을 위해 일정 부분 환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도심 주택 공급 위축 우려
실제 부담금이 부과된 적은 아직 없다. 재건축에 나선 조합이 조합원별 주택 소유 이력과 재건축 비용 등을 정산해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면 지자체는 이를 근거로 개별 부담금을 산정한다. 하지만 조합들이 부담금 산정을 위한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고 지자체도 폐지 여부가 불투명한 재건축 부담금 부과에 소극적이다.
그러나 새 정부의 방침이 부담금 부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재건축 조합의 근심이 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부담금 부과 예상 단지는 전국 68곳으로, 1인당 평균 부과 예상액은 1억500만원에 달한다. 이 중 서울 등 수도권 단지가 47곳으로 절반을 웃돈다.
부담금이 억대를 넘어선 강남권 재건축단지뿐만 아니라 수도권 1기 신도시도 부담금 걱정이 적지 않다. 성남 분당신도시의 한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자체 계산 결과 1억원이 넘는 부담금이 부과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며 “가뜩이나 낮은 사업성에 부담금까지 걱정해야 하니 재건축 추진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수도권 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의지를 꺾으면 도심 주택 공급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부담금 납부를 위한 대출 증가 등의 부작용을 고려해 제도 존속 여부를 다시 살펴볼 시점”이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