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부동산 거래, 빚투로 가계대출 크게 증가… 정부, 대출 단속 강화
국민은행 주담대 한도 6억→3억
그런데 이틀 뒤인 7월 8일 상담사에게서 또 연락이 왔다. 10일부터 국민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한도가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줄어든다는 소식이었다. 상담사는 “3억 원 이상 대출받으려면 무조건 내일 중, 되도록 오전에 은행 창구에 직접 방문해 대출 신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와 예비 신부는 다음 날 급하게 휴가를 쓰고 은행에 가 신청을 마쳤다.
김 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주담대 한도가 3억 원으로 줄어든다는 소식을 듣고 추가로 5000만 원을 구할 방법을 찾아봤지만 쉽지 않아 한도가 줄어들기 전 빠르게 대출을 신청했다”면서 “보통은 서류에 큰 문제가 없으면 승인이 난다지만 요즘 대출 규제가 워낙 세고 자주 변하니 혹시 신청이 반려되진 않을까 불안감이 크다”고 걱정했다.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실수요자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7월 10일부터 주담대 최대한도를 3억 원으로 제한했다. 정부의 6·27 부동산대책으로 설정된 수도권 및 규제 지역 주담대 최대한도는 6억 원인데, KB국민은행이 자체적으로 한도를 더 낮춘 것이다. KB국민은행은 한도 제한이 없었던 지방 주담대에도 동일하게 3억 원 한도를 적용했다.하나은행은 9월 실행되는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에 대해 대출모집인을 통한 접수를 7월 10일부터 중단했다. 8월 실행분 접수를 7월 2일 중단한 데 이어 일주일여 만에 9월 실행분 접수를 마감한 것이다. 신한은행 역시 7월 8일부터 말일까지 대출모집인을 통한 접수를 하지 않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월별로 대출모집인을 통한 가계대출 한도를 관리하는데, 7월 들어 일주일 만에 한도가 소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이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7월 9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총 648조3607억 원으로 지난해 말(644조9700억 원)보다 3조3907억 원 늘었다. 이들 은행이 올해 초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4조3400억 원)의 80% 가까이가 이미 찬 상황이다. 5대 은행 중 3곳은 이미 연간 목표치를 넘어섰다.
가계대출은 올해 2분기 들어 가파르게 늘었다. 수도권 주택 거래량이 증가하고 개인 주식투자가 확대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1월 1조4000억 원, 2월 2조9000억 원, 3·4월 각 3조5000억 원에서 5월 9조3000억 원, 6월 8조3000억 원으로 급증했다(그래프 참조). 이에 금융당국은 6월 11일부터 가계부채 비상관리체계를 가동하고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지키지 못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매주 점검 회의를 여는 등 고강도 대출 관리에 나섰다.금융당국은 신용카드사를 통한 대출도 눈여겨보고 있다.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장기카드대출(카드론) 등으로 자금 수요가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에 카드론 잔액과 신규 취급 규모 등을 일일·주간·월간 보고 형태로 제출하며 대출 현황을 수시로 관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7월 2일 NH농협·신한·현대카드 등을 소집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 관리 방안을 점검하기도 했다.
당국의 강화된 점검에 일부 카드사는 카드론 한도를 축소했다. 6월 30일 금융 정보를 공유하는 네이버 카페 ‘신용카드 박물관’에는 “중고차를 사려고 요즘 하루 한 번씩 보유 중인 카드론 한도를 확인하는 버릇이 있는데 신용점수가 바뀌지 않았는데도 며칠 전까지 3000만 원이던 A 카드사의 카드론 한도가 300만 원으로 하락했다” “나도 한도가 25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줄었다”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카드론 한도가 줄어 걱정” “B 카드사 한도는 그대로인데 A 카드사 한도만 줄었다” 같은 글들이 게시됐다.
A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론 한도 축소에 대해 “건전성 관리를 위해 차주 상환 능력을 고려한 한도 조정 등으로 (대출자금) 공급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카드론 잔액을 줄이라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며 “당국 가이드에 따라 향후에도 보수적으로 관리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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