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3만6000→1만1000원' 뚝…400억 부자의 '반등 카드'는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13 hours ago 8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8년 10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경영진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박종헌 성우 대표가 지난 13일 기자와 만나 중장기 사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박종헌 성우 대표가 지난 13일 기자와 만나 중장기 사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원통형 배터리 수요 가속화로 안전 부품에 해당하는 탑캡어셈블리의 매출이 내년부터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도 속도를 내 첨단산업 핵심 부품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겠습니다.”

박종헌 성우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와 만나 기업 청사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회사는 1992년 9월 창립된 코스닥 상장사로 2차전지(탑캡어셈블리)·자동차 전장부품(EV 릴레이·모터 하우징)이 주력 사업이다.

올해로 업력 34년차다. 창립 초기엔 TV에 들어가는 전자총 및 구조물을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것을 국산화했고, 2008년 소형 모터 부품 및 2차전지 부품 사업으로 확장하여 최종 고객사(End User) 테슬라와 애플에 공급하고 있다. 2016년 천안 공장에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해 공정 최적화를 성공했다. 2018년 테슬라향 2차전지 부품 공급을 시작했고, 2023년 구미 사업장에도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완료했다. 현재 본사인 구미 공장(3만8944㎡·어셈블리 월 8400만개 생산)과 천안 공장(6465㎡·자동차 전장 부품), 중국 남경 공장(4486㎡)을 보유했다.

성우 주가 월봉 그래프 캡처.

성우 주가 월봉 그래프 캡처.

청약 증거금 10조 몰렸던 2차전지 새내기주 … 고점 대비 68.54% 폭락

2024년 10월 31일 코스닥 상장한 새내기주다. 당시 일반 청약 경쟁률은 816.63대 1로 집계됐고, 증거금은 9조7996억원이 몰린 정도로 상장 후 꽃길을 예고했다. 기관 수요예측에선 공모가도 희망 범위(2만5000원~2만9000원) 상단을 초과한 3만2000원에 확정됐다. 상장 2주도 안 돼 52주 신고가인 3만6650원(2024년 11월 11일)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업황 둔화로 현재 1만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1만1530원으로 전고점 대비 68.54% 폭락했다.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탑캡어셈블리는 2차전지 필수 안전부품이다. 배터리 충·방전 과정 중 생기는 열과 부피 팽창으로 배터리 셀 내부 압력이 증가할 때 내부 압력을 빼주는 부품으로 화재를 막아준다. 주로 LG에너지솔루션과 거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경쟁사는 일광과 클라비스가 있지만 점유율은 성우가 50% 이상이다.

검사반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성우 제공

검사반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성우 제공

자동차 전장 부품은 EV 릴레이와 모터 하우징이 있다. EV 릴레이의 경우 물리적으로 전기접점 접촉 및 이격으로 배터리의 전기 에너지를 연결·차단하는데 전기차의 전압 감전 사고와 절연 사고 방지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하면 배터리 전류 개폐 장치로 하이브리드차량, 전기차에 다 들어간다. LG이노텍, LS이모빌리티솔루션, 현대모비스 등이 최종 고객사로 알려졌다.

모터 하우징은 모터 내부의 회전자, 고정자, 베어링, 샤프트 등의 핵심 부품들을 감싸고 있는 구조물로서 외부 기계적 보호와 열 방출, 진동 및 소음 억제, 부품 고정 등 차량의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부품이다.

박 대표는 “2차전지 업황 둔화로 올해 실적은 다소 주춤할 것 같다”고 말을 꺼냈다. 이는 테슬라 매출 비중이 큰 편인데 유럽과 미국 판매 대수가 감소하면서 영향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4680 원통형 배터리 세계 점유율이 2030년 21.1%로 올해 예상치(12.8%)보다 64.84%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하반기부터 4680 배터리 부품 실적이 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테슬라향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성우는 탑캡어셈블리, 양극집전판(전류 모으는 역할), 음극집전판(전류 빼는 역할), 상부절연체(양극 단자와 양극집전판 간 접촉 면적 제한을 위한 간격 유지 장치) 등 4680 배터리 부품들을 만들고 있다.

탑캡어셈블리가 생산되고 있는 모습. 성우 제공

탑캡어셈블리가 생산되고 있는 모습. 성우 제공

“2027년 매출 3700억·영업이익 250억 도전장”

박 대표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 확대, 고객사 다변화, 신제품 양산 시점 등 삼박자가 어울린다면 2027년 매출 3700억·영업이익 250억원이 가능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용 부품 개발과 인공지능(AI) 기반 품질 모니터링, 제조 자동화 솔루션을 통해 실적 퀀텀점프로 이어진다는 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7년 국내 배터리 셀 3사와 거래가 이뤄지면 각형 배터리 부품 매출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40~50㎝에 달하는 초장축 각형 배터리 어셈블리 개발로 각형 폼팩터 시장을 뚫어 신규 매출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장부품 고객사 확대로 매출 증가를 가속화한다. GM과 리비안 등 최종 고객사가 늘 가능성이 크다.

박 대표는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진출 전략에 맞춰 현지 생산 법인을 세워, 4680 배터리 양산 시작으로 북미 2차전지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며 “신규 글로벌 셀 제조사 네트워크 구축 및 거래가 가능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LG에너지솔루션, 리비안, 벤츠 등 거래 실적이 있는 만큼 대형 고객사 추가 유치에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는 15년 거래 실적이 있다. 2008년 2차·3차 밴더사로 출발했지만, 애플 무선 이어폰과 펜슬 관련 부품을 공급하면서 신뢰를 쌓았다.

그는 “당시 애플도 에어팟에 대한 성공 확신이 없어 300만개 탑캡 어셈블리 주문이 최선이었는데 대박이 나면서 월 1500만개로 급증했다”며 “안전장치 개발 노하우가 쌓이면서 대형 고객사와 실적이 증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전기차 모터 수요도 늘 수 있다”며 “모터 하우징 사업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현재 주력 전장 부품인 모터 하우징은 HL만도, 현대모비스, 한온시스템, 명화공업, 계양전기, 효성전기로 공급을 통해 국내 완성차업체에 들어간다. 이쪽에 신규 투자를 진행해 더 많은 완성차업체를 뚫는 게 중장기 목표다.

2020년 매출 445억원, 영업이익 39억원에서 작년 매출 1309억원, 영업이익 146억원으로 4년 만에 194.16%, 274.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8.79%에서 11.18%로 올랐다. 하나증권이 올해 매출 1480억원, 영업이익 218억원을 전망했지만 2차전지 업황 둔화로 실제 성적표는 부진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유건 하나증권 연구원도 “2170 배터리 제품 수율 안정화와 4680 배터리 부품 공급 확대, 전장 사업부 매출 증가가 실적을 이끌 것이다”고 주장하며 “미국 관세 정책의 시행 강도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완화 시점 등 외부 변수에 따른 실적 변동성은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헌 대표 “중간 배당 적극 검토 … 무상증자 중장기 고민”

상장 후 주가가 폭락한 건 뼈아프다. 이를 지적하자 “중간 배당(6월)을 적극 검토하고 무상증자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책을 다각도로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또 “IR 활동 강화를 지속적으로 펼쳐 주주들의 믿음에 보답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총 주식 수는 1504만5670주로 박 대표(지분 22.66%) 외 특수관계인 9인이 지분 74.52%를 보유한 대주주다. 외국인 지분율은 1.32%로 사실상 유통 물량은 25%도 안 된다. 최근 5일간 하루 평균 거래량은 5만9639주(거래소 기준 일평균 10억원 이하 거래)로 주식 거래 활성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253억원, 유형자산 728억원이다. 부채비율 14.24%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 중이고 자본유보율 2875.06%다.

성우 천안 공장 전경. 성우 제공

성우 천안 공장 전경. 성우 제공

박 대표는 “2차전지 단순 부품 제조사에서 벗어나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전환 시대를 주도하는 핵심 소재·부품 기업을 꿈꾼다”며 “기술력과 혁신을 기반으로 고객과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지속 가능한 기업 생태계 구축에 기여해 매출 5000억(2030년)원에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업계를 선도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박채원 회장의 장남인 그는 2015년 39세의 나이로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사회 첫발은 29세에 일진전기 초고압변압기 설계 엔지니어로 출발했고, 2011년 LS일렉트릭 전력시스템 변압기 프로덕트 매니저로 근무하게 된다. 일진전기와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약 10년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생존 기로에 선 아버지 회사에 뛰어들었다.

그가 대표이사로 취임할 당시 성우의 매출(2015년)은 150억원 정도였다. 직원도 70명에 그쳐 미래가 불투명했는데, 현재 1000억원 넘는 매출과 250명의 직원들이 근무할 정도로 몸집을 불렸다. 박 대표는 “대기업을 관두고 제2 도약 기로에 있는 아버지 회사의 선장이 됐을 때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이 상당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개인 실적으로 증명하는 대기업 직장인에서 한 회사를 이끄는 건 매우 달랐다”며 시행착오도 인정했다. 그러면서 “대기업 노하우를 현장에 투입해 업무 효율성을 높였는데, 직장 생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첫 직장인 일진전기에서 연봉 2500만원을 받던 그는 현재 연봉 3억원의 대표가 됐다. 지분 가치도 393억원인 주식 부자다.

성우 주요 제품 사진. 성우 제공

성우 주요 제품 사진. 성우 제공

‘은수저’에 해당하는 그에게 청춘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대학교에서 무슨 전공을 했든, 한 회사에 들어갔다면 최선을 다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업종이 안 맞아 이직을 해도 경력직의 경우 평판 조회를 한다”며 “평소 행실이 부끄러움이 없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돌고 돌아 사람은 결국 만나게 된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회사를 다섯 글자로 압축해달라고 하자 “미래동력원”으로 답했다. 그는 “우리는 단순 2차전지 부품사가 아니라 친환경 미래를 움직이는 핵심적인 ‘동력원’이 될 것이라 믿기에, 작지만 중요 부품인 성우 제품을 통해 더 깨끗한 에너지 시대로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성재욱 한국IR협의회 연구원은 “탑캡어셈블리는 2차전지 셀 제조 공정 중 핵심 부품으로 배터리의 고성능화·고안전화 요구에 따라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전기차 ESS의 보급 확대에 따라 고용량 원통형 배터리 채용이 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정밀·고기능 탑캡어셈블리 부품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해당 산업은 정밀 금속 가공, 전기전자, 소재, 안전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융복합이 요구되는 기술집약형 산업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편인데 성우는 축적된 노하우와 글로벌 납품 실적을 바탕으로 시장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를 중심으로 부품을 공급하고 있으나 향후 전동공구, 드론, 로봇 등 다양한 분야와 각형 폼팩터로의 확장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중국 현지 법인 및 스마트 팩토리 운영과 글로벌 품질 인증 확보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배터리 핵심 부품 기업으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차전지 부품 매출이 2023년까지 지속 성장했지만 작년 일시적으로 하락했다”며 “제품 대부분이 LG에너지솔루션에 공급되는데 매출 하락이 실적과 관계가 깊다”고 분석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애리조나주에 원통형 배터리 제조시설의 설립을 발표했고, 2680 원통형 2차전지 부품 개발 및 양산으로 매출 성장세가 회복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올해 나온 증권사 리포트 중 목표주가를 제시한 곳은 없었다.

'주가 3만6000→1만1000원' 뚝…400억 부자의 ‘반등 카드’는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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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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