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52시간이 넘는 장기 근무는 뇌 구조를 바꿔 문제 해결 능력과 기억력, 감정 조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3일(현지시간) CNN은 연세대와 중앙대 공동 연구팀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예비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직업 및 환경 의학 저널(Journal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에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의료 분야 종사자 110명을 주 최소 52시간 일하는 그룹 32명과 주 40시간 표준 근무 시간을 지킨 그룹 78명으로 나눠 뇌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주 52시간 이상 근무한 사람들의 뇌의 전두엽의 중앙 전두회 부위의 회백질 용량이 평균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위는 주의 집중, 작업 기억, 언어 관련 처리 등 복합적인 인지 기능에 관여한다.
표준 근무 시간을 지킨 참가자들은 유의미한 변화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 장시간 근무한 사람들의 경우 주의, 계획,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상전두회, 감각·운동 기능 통합, 감정 처리, 자기 인식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섬엽 등 17개 부위의 부피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과로한 사람들은 실행 기능 및 감정 조절과 관련한 뇌 영역에서 상당한 변화를 보였다"면서 "이는 장시간 근무와 뇌 영역 변화 사이에 잠재적 연관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로한 사람들이 호소하는 인지·감정적 어려움에 대한 새로운 신경생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면서 "과로를 직업 건강의 문제로 다루는 것의 중요성과 과도한 근무 시간을 완화하는 직장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다만,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장시간 근무로 인한 것인지,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해 개인에게 더 오래 일하는 성향을 부여한 것인지는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구 표본 규모가 작고 한국 의료 종사자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다양한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