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한 관세 정책을 펼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조한 ‘인내’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고용과 제조업 업황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4월 20~26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4만1000건으로 한 주 전보다 1만8000건 증가했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CNBC가 집계한 시장 전문가 예상치인 22만5000건을 상회한 이번 수치는 최근 2개월 새 가장 높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노동 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해왔다. 크리스토퍼 러프키 FWD본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직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반영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CNBC는 이를 두고 미국 경제에 대한 잠재적 경고 신호라고 분석했다.
같은 날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에 따르면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7로 집계됐다. 이 수치가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50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4월 PMI는 전월 대비 0.3포인트 떨어져 두 달째 하락세와 위축 국면을 지속했다. 티머시 피오레 ISM 제조업 경기조사위원회 위원장은 “기업들이 불확실한 경제 환경에 대응하면서 수요와 생산이 감소했고 감원이 지속됐다”며 “관세로 인해 가격 상승이 다소 가속화됐고 신규 주문 적체, 공급업체 납품 지연, 제조업 재고 증가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야후 파이낸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제계 불안감으로 미국 제조업 활동이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둔화했다고 전했다
이번 실업수당 청구 건수와 제조업 PMI 지표는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첫 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전날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 -0.3%로 집계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관세와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번영이 시작되면 이전에 없던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인내심을 가지라”고 강조했다.
경기침체를 점치는 지표가 연이어 나오는 가운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에 “미국 국채 2년물 금리가 현재 연방기금금리보다 낮다”며 “이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시장의 신호”라고 말했다. 연준 독립성을 강조하던 베선트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압박에 동참한 셈이다.
조 바이든 전임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재닛 옐런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재계를 대표하는 미국상공회의소는 이날 공개한 서한에서 최근 관세율 인상으로 소기업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행정부에 소기업을 구하고 불황을 피하고자 한다면 즉각적으로 행동하라고 호소했다. 수잰 클라크 미국 상의회장은 “커피, 바나나, 코코아나 광물, 다른 수없이 많은 제품 가운데 어떤 것들은 그냥 미국에서 생산할 수 없다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제품에 가격을 올리면 생활비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가정들에 피해를 줄 뿐”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