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위워크. 이곳에 연구소를 차린 스패너는 창업(2020년) 초기부터 부산 현지화에 힘쓴 건설장비 자동화 분야의 로보틱스 기업이다. 현재 두산 볼보 등 부산과 경남 일대 제조업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엔지니어 1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회사는 연내 10여명의 엔지니어를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미국을 중심으로 300억원에 달하는 매출액을 기록한 이 기업은 부산의 유압 등 기계 부품 관련 중소기업과 협업 체계를 강화하는 등 지역 제조 생태계에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떠오르는 부산·경남 제조 인프라
부산과 경남 지역의 풍부한 제조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로보틱스 기업이 신기술 개발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스패너는 건설장비 자동화 장비인 ‘X1키트’로 태양광 파일 시공 장비의 운전기사를 대체했다. 기존의 운전기사는 시공 장비 옆에 선 감독관으로 바뀌었다. X1키트를 시공 장비에 설치하면 수동으로 가동됐던 장비가 감독관의 버튼 조작으로 움직인다. 토양 환경과 자재 등을 인지하고, 도면을 인식해 시공의 정확도를 분석한다. 장비 유지 보수 데이터까지 아우른다.
지난해 쌓은 매출액의 90%는 미국 시장에서 나왔다. X1키트를 적용한 장비는 미국의 50여개 태양광 설치 현장에 적용됐다. 블랙앤드비치(Black&Veatch), 한화큐셀, 몰텐슨(Mortenson) 등 미국 현지의 최상위 설계·조달·시공(EPC) 기업이 스패너의 고객사다.
이런 경쟁력은 부산 연구소에서 나왔다. 설립 이듬해인 2021년 공동대표로 참여한 신흥주 스패너 대표는 그동안 줄곧 부산에서 활동하며 10여명 규모의 연구소 설립에 앞장섰다. 신 대표가 꼽는 부산의 경쟁력은 인재와 기업 중심의 제조 인프라다. 유압과 배선, 구조물 등 기계 부품을 비롯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스패너의 협력사로 들어왔다.
신 대표는 “중소 제조업뿐 아니라 지역 대학과의 AI 기술 개발 등 부산의 장점을 골고루 활용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기존의 기계 부품 지식을 벗어나 장비 자동화 구현의 이해도가 높은 엔지니어가 풍부하다는 게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 산업 특성 파고드는 로보틱스 기업
지역 산업과 연계해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는 로보틱스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프보이는 조선 분야에 강점인 동남권 산업의 특성을 파고들었다. 대형 컨베이어벨트와 기계의 정형화된 움직임으로 표현되는 다른 제조업과 달리 조선소와 조선기자재 업체는 프로젝트별로 공정이 다르다. 프보이는 이런 비정형화한 공장의 특성에 맞춰 중장비 충돌 방지 기술을 개발했다. 적재물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해 사고율을 90%까지 떨어트리고, 가동 중단 리스크를 제거했다.
벰로보틱스는 물류 로봇 기술에 대한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무인운송차량(AGV) 등 물류 로봇을 직접 만들고, 이를 제어하는 기술까지 개발해 1000대의 물류 로봇을 한 번에 제어하는 길을 열었다. 상황에 따른 실시간 명령 이동 기술과 예측 충돌 방지로 타사의 물류 로봇과도 호환이 가능하다.
김정민 벰로보틱스 대표는 “대형 제조 현장에 더해 최근에는 물류 창고가 집적된 부산에서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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