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李사건 선고 불신 안타까워" 대선개입 의혹 재차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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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李사건 선고 불신 안타까워" 대선개입 의혹 재차 부인

조희대 대법원장(사진)이 13일 여당이 제기한 '대선 개입 의혹'에 연루된 인물들과 사적인 만남을 갖거나 관련 대화를 나눈 적이 일절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사건 판결 배경을 두고는 "불신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며 처음으로 개인적 심경을 밝혔으나 사법권 독립을 규정한 헌법 조항 등에 따라 공개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말을 아꼈다.

조 대법원장은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실시한 대법원 국정감사 종료 전 마무리 발언에서 "많은 위원님께서 지적해 주신 전원합의체 사건(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을 둘러싼 의혹에 관해 말씀드리겠다"며 비교적 소상하게 입장을 설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제 개인적 행적에 대해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선 이미 법원행정처 공보관을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밝힌 바 있다"며 "같은 취지에서 일부 위원님들 질의에 언급된 사람들과 일절 사적인 만남을 가지거나 해당 사건에 대한 대화나 언급을 한 사실이 없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만나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는 의혹과 관련, 행정처는 "대법원장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한 전 총리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알린 바 있다.

조희대 "李사건 선고 불신 안타까워" 대선개입 의혹 재차 부인

지난 5월 1일 대법원이 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을 파기 환송한 데 대해선 "신속한 심리와 판결 선고의 배경에 관해 불신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개인적으로는 이와 관련한 불신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이 선거법 사건과 관련한 논란을 두고 개인적 심경을 표현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그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의 성립, 판결 선고 경위 등에 관한 사항은 사법권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 제103조, 합의의 비공개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제65조 등에 따라 밝힐 수 없는 사항"이라며 판결의 경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조 대법원장은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라는 오랜 법언이 있다. 이 재판은 저를 비롯한 12명의 대법관이 심리에 관여한 전원합의체에서 이뤄졌고, 그 전합에서 심리되고 논의된 판단의 요체는 판결문에 모두 담겨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판결문에 드러난 내용만이 공적인 효력이 있고, 대법원장이라 하더라도 전합 구성원의 1인에 불과한 이상 판결 이외의 방법으로 의견을 드러낼 수는 없다"며 "판결문에 기재된 상세한 내용과 미리 제출한 서면 질의에 대한 사법행정적 검토 답변, 그리고 대법원의 일반적 심리구조에 관한 법원행정처장의 답변 등에 의해 재판과 관련한 국민들과 위원님들의 의혹이 일부나마 해소됐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 대법원장은 "오랫동안 법관으로 재직해 오며 재판 절차와 판결의 무거움을 항상 유념해 왔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저를 비롯한 모든 법관이 이를 한층 더 느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는 "오늘 국감 과정에서 위원님들께서 질문하신 취지를 깊이 생각하고 되새기면서 사법부의 신뢰를 더 높이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조희대 "李사건 선고 불신 안타까워" 대선개입 의혹 재차 부인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증원, 영장제도 등 최근 국회에서 진행되는 사법제도 개선 논의에 관해서도 귀중한 의견을 주셨다"며 "앞으로 사법부는 국민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사법제도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법관 윤리 관련 지적에 대해서는 "법관이 재판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법관윤리강령을 준수하고 처신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앞으로 법관연수 등 가능한 방법을 통해 법관들이 법관으로서의 윤리를 마음에 새기고 실천할 수 있도록 사법부 분위기를 조성하고, 법관 윤리에 반하는 행동을 예방하는 데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국감이 시작된 오전 10시 10분께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관례대로 인사말만 한 뒤 자리를 뜰 계획이었으나 질문을 받으라는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의 요구에 약 1시간 30분간 자리를 지켰다. 다만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엔 정면만 바라본 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는 오전 11시 40분 정회 시간에 자리를 떴다가 12시간 만인 오후 11시 40분께 국감장에 복귀해 마무리 발언을 했다. 추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 이후에도 조 대법원장을 향해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이 대통령 사건 기록을 언제 보셨냐'고 물었으나, 조 대법원장은 마지막까지 굳게 입을 다물었다.

법사위원들은 오는 15일 직접 대법원을 찾아 현장검증 하는 형식으로 두 번째 대법원 국감을 진행할 예정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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