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력, 中에 밀린다 위기감
동맹국에 美군함 건조 허용
의회도 법안 발의해 힘 보태
HD현대重·한화오션 15%↑
주요 조선업체 주가 콧노래
미국이 해군력을 복원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 조선업체에도 군함 건조 시장을 열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조선 협력을 요청한 데서 시작해 미국 의회예산국(CBO)의 '2025 건조 계획'을 거쳐 미국 의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미국 해군 전력의 대중국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제도적 변화가 실현될지 주목된다.
11일(현지시간) 발의된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은 그동안 금지했던 외국 업체의 자국 군함 건조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순형 산업연구원 안보전략산업팀 부연구위원은 "최근 몇 개월간 미국에서 나왔던 내용 가운데 가장 진전된 것"이라며 "미국 군함 건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직접적인 계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존스법(미국 내 운항하는 배는 미국 조선소에서 건조 의무화)에 따라 미국 내 조선소와 업체가 있는 지역구에서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이 매우 크다"면서 "논의 과정을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을 언급한 이후 미국 정부가 동맹과의 조선업 협력에 관한 법적 걸림돌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온 만큼 이번 법안은 정부·당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자국 해군이 중국과의 군사력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군사력을 증강하기 위해서는 첨단 해군 함정을 대폭 늘려야 하지만 미군 함정은 미국 내 조선소에서만 건조돼야 한다는 법 조항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미국 의회에서는 조선업 강국이자 동맹인 한국·일본과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소속 정당과 무관하게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지난달 CBO는 미국 해군용으로 전투함 293척과 군수지원함 71척 등 모두 364척을 새로 구매해야 한다고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를 위한 예산은 2054년까지 401억달러(약 59조원)로 추산됐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K해양방산'은 단숨에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시장 진출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지난해 6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미국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필리 조선소는 상선뿐만 아니라 정부 발주분 및 해군 수송함 수리·개조 등을 해왔다. HD현대중공업도 미국 해군 MRO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HD현대는 지난달 열린 투자 설명회에서 "올해 MRO 사업 2~3건을 수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MRO 사업에 참여할 자격을 얻는 등 준비를 마쳤다.
이 같은 전망이 반영돼 한국 조선 종목 주가도 큰 폭으로 뛰며 줄줄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전 거래일 대비 15.36% 오른 35만3000원에 거래를 마무리했다. 장중 역대 최고가인 35만5000원까지 오르며 주요 조선 종목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한화오션도 15.17% 오른 7만2900원에 장을 마감했고 STX엔진도 11.96% 상승한 2만5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 종목 역시 모두 장중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삼성중공업과 HJ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세진중공업 등 주요 조선업체 주가가 모두 5% 이상 오른 가운데 한화엔진과 HD현대마린엔진 등 선박용 엔진사도 각각 7.5%, 1.81% 뛰는 등 조선 관련주 전반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한화그룹이 이번 법안 발의로 가장 빛을 봤다. 방산기업인 한화시스템은 법안 발의 소식과 더불어 지난해 6월 한화오션과 함께 인수한 미국 필리 조선소 실적이 올해부터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유입되며 주가가 29.64% 훌쩍 올랐다. 지주사인 한화도 16% 급등했다. 전날 역대 최대 실적과 함께 한화오션 지분 매입을 발표하며 20.58% 급등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4.42% 오르며 50만원을 넘긴 52만원에 장을 마감했다.
[안두원 기자 / 정상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