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 이해하시죠?"…고향집 대신 호텔 향하는 사람들

2 days ago 8

지난 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출국을 앞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사진=최혁 기자

지난 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출국을 앞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사진=최혁 기자

명절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전통보다 개인적인 휴식과 여가를 중시하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각지에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다같이 고향집에 모이는 날이라는 명절 공식도 사라진 지 오래다. 가족 모임 대신 개인적인 휴식 시간을 가지거나 전통시장 대신 호텔이나 공항 체크인 카운터로 향하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관련 업계에서도 늘어난 수요에 맞춰 다양한 패키지를 선보이며 명절 시즌 고객 수요 확보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2명 중 1명 꼴로 떠난다…명절 여행 수요 폭발

사진=이랜드파크 제공

사진=이랜드파크 제공

6일 업계에 따르면 기존 명절 문화가 축소되면서 성묘·차례 등 전통을 챙기기보다는 여행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롯데멤버스 자체 리서치 플랫폼 라임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추석 계획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여행을 떠난다’는 답변이 47.4%로 가장 많았다. 이중 국내 여행은 전년 대비 20.6%포인트 증가한 30.5%로 나타났으며 해외 여행도 10.5%포인트 상승한 16.9%를 기록했다.

반면 명절 전통을 지키는 소비자는 줄어드는 추세다. 동일 조사에서 ‘추석에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는 응답은 64.8%로 전년보다 16.4%포인트 증가했다. 명절을 보내는 장소가 고향집에서 여행지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 명절 연휴 기간 해외 항공권 가격도 급등했다. 지난 2일 기준 일본 오사카행 비행기 가격(3일 출발, 8일 귀국편)은 최저 100만원에서 최고 190만원대까지 형성됐다. 평소 같은 구간 요금이 20만원 내외임을 감안하면 연휴를 앞두고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크게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도쿄행 비행기 가격도 최저 120만원대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피크 시간대(오전 6시~9시)가 아닌 저녁 출발 편 기준이다. 이 밖에도 한국인이 자주 찾는 상하이, 홍콩 등 주요 여행지 항공권도 평소보다 약 5배가량 치솟은 상황이다.

사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제공

사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제공

국내 여행을 선택하는 발길도 늘었다. 서울을 비롯해 제주·부산·강원도 등 주요 지역의 숙박 시설은 만실에 가까운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 기간(10월 3일~11일) 전국 한화리조트의 평균 예약률은 98%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설악 쏘라노, 거제 벨버디어, 해운대, 산정호수 안시, 대천 파로스 등 대부분의 리조트가 만실”이라고 밝혔다. 최근 프리미엄 리조트로 재개장한 안토도 예약률이 90%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이랜드파크의 전국 켄싱턴호텔앤리조트는 평균 90% 이상의 예약률을 기록했으며 특히 강원도 지역의 숙박 시설은 일찍이 예약이 마감됐다. 조선호텔앤리조트 역시 부산·제주 등 주요 관광지는 평균 90% 이상, 서울권 호텔은 평균 80% 이상의 예약률을 보였다.

가족보다 개인…명절 가치관 변화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개인의 행복과 선택을 중시하는 가치관 확산과 가구 구성의 다양화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는 가족이나 전통적 가치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 휴식과 개인 시간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라며 “전통적인 차례나 가족 행사에 대한 의무감이 줄고, 온라인 등으로 대체 가능한 관계가 생기면서 가족에 대한 유대감이 과거에 비해 약해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핵가족화나 1인 가구 증가 등 가족 구조의 변화도 전통적 가치가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향집 대신 체크인…수요 잡기 나선 호텔업계

사진=호텔스닷컴 제공

사진=호텔스닷컴 제공

명절이 호텔·관광업계의 ‘대목’으로 자리 잡자 업계에서도 연휴 수요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더 플라자 호텔은 이번 추석에 처음으로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패키지를 선보였다. 연휴 기간 국내 여행 수요가 늘어난 점을 고려해 서울로 여행 오는 지방 고객과 도심 속 호캉스를 계획하는 고객을 겨냥한 것이다. 패키지에는 2인 기준 디럭스 객실(2박)과 함께 한복 대여권, 포토 시그니처 촬영 이용권, 서울 시티투어버스 이용권 등이 포함됐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프리미엄 호텔 그래비티 조선 서울 판교는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한 ‘패밀리 플레이케이션’ 패키지를 마련했다. 1박 숙박과 함께 독일 아트 토이 브랜드 ‘플레이모빌’의 굿즈 2종을 무료로 제공한다. 켄싱턴호텔 여의도는 가을 시즌 맞춤 ‘서울의 밤’ 패키지를 출시했다. 객실 1박, 브로드웨이 조식(2인), 이크루즈 달빛 뮤직 크루즈 승선권(2매) 등으로 구성됐으며 호텔 숙박과 한강 야경 체험을 결합한 게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명절에는 가족 단위 고객이 많기 때문에 조식 메뉴에도 잡채, 전, 송편 등 시즌 음식이 제공되는 리조트가 늘고 있다”라며 “다양한 무료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 등도 마련해 연휴 동안 시설 내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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