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의 인명 수색이 11시간가량 진행된 끝에 29일 밤 마무리됐다. 다만 당국은 밤새 신원확인 절차를 이어가고 오는 30일 유류품 수거 등 사고 현장 후속 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 사고는 국내에서 발생한 국적기 사고 중 역대 최대 규모 인명 피해를 낳은 참사로 기록됐다.
소방청 등 구조 당국은 이날 오후 9시7분 기준 사망한 실종자 2명의 시신을 추가로 수습해, 승무원 2명 구조·사망자 179명으로 최종 집계를 마쳤다고 밝혔다.
구조대원들은 이날 일몰 이후에도 사고 현장에서 분주히 수색작업을 이어갔다. 구조대원들은 어둠 속 헤드랜턴을 착용하고, 크레인으로 들어 올린 사고 기체 꼬리 날개 밑부분에 진입하며 실종자를 찾았다.
구조당국은 인력 1572명, 장비 228대를 동원해 구조·수색 작업을 벌였다. 사고 기체 주위로 실종자 수색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사망자 신원확인에 필요한 신분증 등 유류품을 찾았다. 일부 구조대원들은 오후 8시께부터 활주로 담장 밖 갈대밭 일대로 나와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 비행기 좌석 등 잔해 사이사이를 파헤치며 유류품을 찾기도 했다.
당국은 이날 오전 9시48분께 여성 승무원 1명을 구조했고, 10분 뒤 사고 비행기 기체 후미 부분에서 사망자 28명을 발견해 수습하고 기체 안팎과 공항 활주로 밖까지 수색 범위를 늘렸다. 그러나 끝내 후미 부분에 탑승한 승무원 2명을 제외하고 생존자는 없었다.
제주항공 7C2216편은 이날 오전 9시3분께 무안공항 활주로에서 이탈해 공항 외벽에 부딪혔다. 항공기는 충돌과 동시에 폭발해 동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 항공기는 1차 착륙에 실패한 후 2차 착륙 중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아 동체착륙을 시도했다. 항공기는 활주로 끝까지 속도를 줄이지 못해 공항 콘크리트 외벽에 충돌한 직후 폭발했다.
이에 사고 현장에는 강한 충격을 받은 기체 잔해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데다, 사고지점 활주로도 움푹 패어 있는 등 손상이 컸다. 사망자 최종 수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다. 폭발과 화재로 인한 훼손에 사망자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밤새 신원확인 절차를 이어갈 방침이다. 179명 사망자를 수습했지만 현재까지 88명의 신원만 지문을 통해 확인했다. 나머지 희생자들은 가족 DNA를 비교해야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구조당국자는 간접적으로 전했다.
국토교통부 현장 책임자인 이진철 부산지방항공청장은 "신원 확인은 밤새 조명을 밝히고 진행할 방침이지만 밤샘 작업에 한계가 찾아올 수 있어 확인 절차가 중단되면 유족들에게 먼저 설명하겠다"며 "현재 단계에서는 신원확인 절차가 언제쯤 마무리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국은 사고원인 규명을 위한 현장 감식을 위해 잔해는 대부분 보존하기로 했다.
이번 사고는 국내에서 발생한 국적 항공기 사고 중 최대 규모 인명 피해를 낸 사고다. 종전까지는 68명의 사망자를 낸 1993년 7월 26일 아시아나항공 733편 목포 추락사고가 최대였다.
앞서 사례들에 비춰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기까지는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최근의 국적 항공사 인명 사고인 2013년 7월 아시아나항공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2명 사망, 181명 부상)의 원인 조사 보고서가 나오기까지는 11개월이 걸린 바 있다.
게다가 참사 원인 규명의 중요한 단서인 '블랙박스'(FDR+CVR) 해독 작업이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사고 현장에서 찾은 여객기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는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수거됐으나 비행자료기록장치(FDR)는 외형이 일부 손상된 채 수거됐기 때문이다. FDR과 CVR은 항공사고 원인 규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필수장비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서는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비행기 착륙 기능이 망가진 게 핵심 원인이라는 분석이 현재로선 우세하지만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