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추념식에 채혈 부스…“DNA로 할아버지 찾을 것”

20 hours ago 2

발굴된 유해 417구 중 147구 채혈로 확인
“실종자 가족들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3일 오전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은 홍창홍 씨(70·서귀포시 토평동)가 70여 년 전 실종된 할아버지를 찾기 위해 채혈을 하고 있다.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3일 오전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은 홍창홍 씨(70·서귀포시 토평동)가 70여 년 전 실종된 할아버지를 찾기 위해 채혈을 하고 있다.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을 찾은 홍창홍 씨(70·서귀포시 토평동)는 차가운 날씨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70여 년 전 실종된 할아버지를 찾기 위해 DNA 채혈에 나선 것이다.

제주도는 제77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을 맞아 행사장 내에 ‘4·3 행방불명자 유가족 확인을 위한 DNA 채혈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417구의 4·3 희생자 유해가 발굴됐지만, 이 가운데 유가족의 DNA 채혈을 통해 신원이 확인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유해는 147구(대전 골령골 1구, 광주형무소 1구 포함)에 불과하다. 유족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한 이유다.

채혈을 마친 홍 씨는 “1949년 당시 20대였던 할아버지는 밭을 일구기 위해 나갔다가 군경에 영문도 모른 채 잡혀갔다”며 “이후 재판을 받고 목포형무소로 끌려갔고, 곧장 한국전쟁까지 터지면서 실종됐다”고 설명했다. 홍 씨는 “할아버지의 부재로 우리 가족은 빨갱이 낙인이 찍혀 아버지 대(代)는 공무원에 임용되지 않는 등 불이익을 받았다”며 “오늘 뽑은 피를 통해 할아버지가 가족의 품에 돌아오길 바란다”고 했다.

홍창호 씨 혈액이 담긴 채혈 튜브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홍창호 씨 혈액이 담긴 채혈 튜브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채혈 현장을 찾은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은 “희생자에 비해 채혈에 참여한 유족은 저조한 상황”이라며 “희생된 가족을 찾기 위해 유족들의 채혈이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추념식에서도 이 부분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3일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묘역에서 정지영 감독이 차기작 ‘내 이름은’을 찍고 있다.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3일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묘역에서 정지영 감독이 차기작 ‘내 이름은’을 찍고 있다.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이날 4·3 행방불명인 묘역에서는 영화 촬영도 함께 진행됐다. 정지영 감독의 4·3 영화 ‘내 이름은’이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다. 이 작품은 ‘정순’과 ‘영옥’이라는 이름을 중심으로, 1948년 제주4·3의 상처가 1980년대 민주화의 격랑을 지나 1998년 모습을 드러내고, 2025년의 현재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탐색하는 서사 구조를 담고 있다.

크랭크인 첫 장면은 실제 유족들이 비석을 닦고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가운데, 한 아이가 국화를 들고 뛰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정 감독은 “아이가 뛰어다니는 장면과 밝음을 통해 (4·3)의 상생과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담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3일 제주 4·3 평화공원 행방불명인 묘역에서 유족이 가족의 묘비를 닦고 있다.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3일 제주 4·3 평화공원 행방불명인 묘역에서 유족이 가족의 묘비를 닦고 있다.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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