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 출간한 다카노 가즈아키 인터뷰
유령 등장으로 실마리 푸는
단편 6편 모은 첫 소설집
일본보다 한국 먼저 출간
“영감은 여전히 수수께끼
어릴때부터 영화감독이 꿈”
한국에서 10만부 이상 판매고를 올린 추리소설 ‘제노사이드’를 쓴 다카노 가즈아키의 소설집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가 일본보다 먼저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출간됐다.
20일 기자들과 만난 다카노 작가는 “나의 소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를 원작으로 한 한국 영화가 작년에 개봉하면서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 출판사의 편집자가 단편집 출간을 제안했다”며 “일본에서는 단편집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했더니 그럼 한국에서 먼저 해보자고해 출간하게 됐다”고 국내 첫 출간 배경을 밝혔다.
20여년간 장편소설 7편, 연작 소설집 1편을 출간해온 작가에게는 첫 단편집이다.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써온 단편소설 6편이 담겼다. 미스터리에서 공포와 SF(과학소설)까지 아우른다. 다수의 단편은 공통적으로 사건 현장에 유령이 등장하면서 실마리를 풀어간다.
표제작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는 고즈넉한 사찰에서 살해당한 피해자의 혼령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 독자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발소리’는 동창의 부탁으로 귀가할 때마다 들려오는 발소리가 환청인지 아닌지 확인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 ‘세번째 남자’는 주인공이 교통사고로 죽어 가는 한 청년의 꿈을 꾸고 이끌리듯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 ‘아마기 산장’은 유령 저택을 조사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오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다.
이번엔 유령이란 존재를 내세웠지만, 사실 다카노 작가는 데뷔 이래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데뷔작 ‘13계단’이 사형 제도와 현대 국가의 범죄관리시스템에 의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미스터리 작가로서 사회문제에 초점맞추기보다 재미를 더 중시한다고 했다. 그는 “이야기를 재밌게 만드는 과정에서 사회문제를 다루는 것이지, 사회문제를 위해 집필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나의 사회문제를 다뤄야겠다고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 그 문제를 파고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소개된 단편 ‘아마구 산장’ 역시 기본적으로 재밌는 이야기이고, 거기에 전쟁의 공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모든 게 달려있다. 그는 “재미를 줄 아이디어만 번뜩여 준다면 소설은 테크닉적으로 술술 쓸 수 있다”며 “20년 넘게 작가 활동을 하면서도 여전히 남은 수수께끼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철저한 사전조사와 취재는 필수다. 그는 “하나의 장편소설을 준비하기 위해 최소 20권에서 최대 7상자에 달하는 분량의 책까지 찾아보곤 한다. 문헌자료를 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으면 전문가를 찾아간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영화감독을 꿈꿨고, 젊은 시절 독립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는 “여전히 영화감독을 꿈꾸고 있다. 영화 각본은 2편 써놨는데, 영화화를 기다리고 있다. 영화가 완성되면 꼭 봐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