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잼버리' 경고에도…여수섬박람회는 아직도 공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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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가 열리는 전남 여수 진모지구 주행사장 공사 현장. 지난 14일 이곳은 완공된 건물 한 채 없는 황무지 상태였다. /연합뉴스

오는 9월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가 열리는 전남 여수 진모지구 주행사장 공사 현장. 지난 14일 이곳은 완공된 건물 한 채 없는 황무지 상태였다. /연합뉴스

오는 9월 개막을 앞둔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가 부실한 준비 상황으로 ‘제2의 새만금 잼버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행사장인 간척지가 아직 건물 한 채 없이 공사 자재만 굴러다니는 황무지 상태일 만큼 준비 상황이 더딘 탓이다.

유명 유튜버 김선태 씨의 최근 홍보 영상이 오히려 행사장의 열악한 실태를 고발하는 영상으로 비쳐 여론도 급격히 악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앙정부 차원의 철저한 점검을 지시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지자 자칫 국제적 행사가 나라 망신으로 끝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충주맨 홍보 영상 ‘일파만파’

‘충주맨’으로 불리는 유튜버 김선태 씨가 배를 타고 부행사장인 금죽도에 도착한 후 선착장이 없어 바위에 내리는 모습. /김선태 유튜브 캡처

‘충주맨’으로 불리는 유튜버 김선태 씨가 배를 타고 부행사장인 금죽도에 도착한 후 선착장이 없어 바위에 내리는 모습. /김선태 유튜브 캡처

행정안전부와 전라남도는 21일 박람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긴급 예산을 투입하고 현장 정밀 점검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김민석 국무총리도 “섬박람회는 통합자치시의 역량을 판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이번주 현장을 다시 방문해 종합적인 수습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지난 16일에도 현장을 찾았다.

사태의 발단은 ‘충주맨’으로 이름을 알린 김씨의 이달 초 홍보 영상이었다. 여수시가 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제작한 이 영상은 공개 2주 만인 현재 조회수 360만 회를 웃돌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정작 내용은 홍보보다 행사장인 여수 진모지구의 참담한 실태를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영상 속 김씨는 건물 하나 없이 텅 빈 공사장을 보고 당황하며 “여기를 왜 데려왔느냐”고 묻는다. 또 섬을 방문하기 위해 배에서 내리다가 선착장이 없어 물에 빠지는 모습과 해안가에 방치된 쓰레기, 폐어구가 영상에 담겼다. 영상을 본 시민들은 댓글을 통해 “홍보가 아니라 실태 고발 영상” “이대로라면 제2의 잼버리가 될 것이 뻔하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이 전라남도에서 받은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프로그램 및 시설 조성 추진 현황’ 자료에 따르면 14일 기준으로 박람회 주요 사업 평균 추진율은 39.3%에 그쳤다. ‘금오도 비렁길 정비사업’은 실시설계 용역 단계에 머물러 추진율이 18%에 그쳤다. ‘섬 캠핑장 조성’ 사업도 공사계약 체결 단계로 추진율이 20%에 불과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까지 나섰다. 이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박람회가 5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지방 정부에만 맡겨 두지 말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준비 사항을 빈틈없이 점검하고 필요한 지원을 하라”고 지시했다. 행안부는 금오도와 개도 등 부행사장 섬에 이동식 화장실, 그늘막을 설치하고 해양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예산 33억원을 우선 투입하도록 했다.

◇“100억원 들여 왜 인공섬 짓나”

'제2 잼버리' 경고에도…여수섬박람회는 아직도 공사판

정부가 나섰음에도 현장에선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우선 장소 선정부터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은 20일 SNS에 “진모지구는 KTX 역에서 차로 20~30분을 이동해야 하고 길도 1차선이라 대규모 인파를 감당할 수 없다”며 “접근성이 떨어지고 좁은 길이 있는 곳에서 국제 행사를 치르다가는 교통 마비로 인해 나라 망신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산 낭비 논란도 뜨겁다. 여수시는 총예산 703억원 중 104억원을 들여 ‘인공 섬’ 랜드마크를 지을 계획이다. 이에 대해 강 소장은 “여수에만 365개나 되는 아름다운 자연 섬이 있는데 굳이 100억원 넘는 돈을 써서 가짜 섬을 조성하는 것은 기가 찰 노릇”이라고 일갈했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는 “여수 엑스포 전시관을 두고 굳이 배수 우려가 제기되는 간척지에 임시 시설을 짓는 것은 위험하고 비효율적”이라며 행사 장소를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라남도와 여수시는 이미 공사가 많이 진행돼 장소를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전라남도 관계자는 “전체 공정률이 60%를 넘었고 예산 투입과 홍보가 완료된 상태에서 장소를 옮기면 행정 혼선과 더 큰 예산 낭비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라남도와 여수시는 주제관을 7월 말까지 완공하고 8월 시범 운영을 거쳐 9월 개막한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여수세계섬박람회는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를 주제로 9월 5일부터 11월 4일까지 여수시 돌산읍 진모지구를 중심으로 개도, 금오도 등지에서 열린다. 주행사장에는 주제관을 포함해 총 8개의 전시관이 들어선다. 전라남도와 여수시는 300만 명 이상의 관람객 유치를 목표로 잡았다.

여수·무안=임동률/안재광/이슬기 기자 exi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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