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자와 청와대 행정관, 시사평론가를 거쳐 방송미디어통신위원으로 재직 중인 최수영 위원이 에세이 '축적의 언어들-힘이 되는 말, 힘이 나는 말'을 펴냈다.
저자가 독서와 방송, 대화의 현장에서 틈틈이 메모해 온 문장들을 엮은 어록집이다. 출판사는 이 책을 "독서의 재구성이자 메모와 사유의 집대성"이라고 소개했다.
책은 사랑과 스포츠에서 시작해 인생 항해, 정치, 희망 등 8개 주제 아래 짧은 문장들을 사진과 함께 묶었다. 일부는 저자의 창작에서, 일부는 저명한 인사들의 발언이나 유명 문학작품 등에서 가져온 인용으로 구성됐다. "이기거나 지거나 배우거나 셋 중 하나" "길은 안 보일 때가 아니라 포기할 때 사라진다"와 같이 운율을 살려 여운을 남기는 단문들이 긴 해설 없이 이어진다.
다양한 문구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독자는 저마다의 처지와 취향에 닿는 문장을 어느 페이지에선가는 만나게 된다.
희망과 사랑, 인생 등 서정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따뜻한 문구로 가득한 힐링 서적과는 궤를 조금 달리한다. 저자는 이 아포리즘들을 일종의 생각 도구로 쓰기를 권한다. 글쓰기나 스피치에 적극적으로 빌려 쓰라는 뜻이기도 하고, 막혀 있던 생각의 길을 틔우는 우연한 실마리로 삼으라는 뜻이기도 하다. 최 위원이 "위로만 가득한 말은 마음의 당뇨를 부를 수 있다"며 달콤한 힐링 대신 눈앞을 명료하게 밝히는 서늘한 진실을 마주하라고 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책에서 정치 장의 문장들은 특히 무게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국회를 출입하고 청와대에서 메시지를 다뤘던 이력이 겹쳐 읽히는 까닭이다. 치열하게 정치 현장의 일선을 뛰었던 저자는 "세상에 정치가 모든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게 정치적"이라고 깨달았다고 한다. "정치는 허업"이라던 김종필 전 총리의 말을 끌어오며 "정치는 사실의 영역이 아니라 인식의 영역"이라고 적은 대목에서는 관찰자와 당사자를 오간 시간이 묻어난다.
책 읽기가 그 어느 때보다 멋진 취미로 조명되는 시대다. 뒤집어 보면 독서가 그만큼 일상적이지 않은 행위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쇼츠와 릴스 등 숏폼 콘텐츠에 주의력을 내어준 이 시대에, 책에 담긴 짧은 문장들을 긴 생각과 사유를 촉발하는 계기로 삼아봄 직하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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