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에 휘말려 세상을 떠난 아버지
생계위해 격투기 관두려는 아들 말린 어머니
“넌 이제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자랑이 됐다”
“이 모든건 엄마를 위한 것”…모친은 눈물만
대한민국 종합격투기(MMA) 단체 Z-Fight Night를 거쳐 세계 최고 대회 UFC로 진출한 마테우스 카밀루(24·브라질)가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용기를 준 어머니에 대한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2024년 12월14일 경기도 고양시 KINTEX 제2전시장 7A홀에서 ZFN 2가 열렸다. 마테우스 카밀루는 5분×3라운드 라이트급(70㎏) UFC Fight Pass 제3경기 만장일치 판정승으로 도롭쇼흐 나보토프(26·타지키스탄/러시아)를 꺾었다.
데이나 화이트(56) UFC 회장은 다음 날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아말리 아레나에서 열린 UFC on ESPN 63 기자회견 도중 “Lookin‘ for a Fight를 통해 마테우스 카밀루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소속 에이전시 Iridium 및 ZFN의 UFC 진출 발표가 뒤를 이었다.
ZFN은 두 차례 UFC 페더급(66㎏) 타이틀매치 경력에 빛나는 한국 역대 최고 스타 ‘코리안 좀비’ 정찬성(38)이 만든 단체다. 모든 메인카드는 OTT 서비스 UFC 파이트 패스를 통해 200여 국가로 생중계됐다.
Lookin’ for a Fight는 UFC와 계약할 인재를 물색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데이나 화이트 회장은 2015년부터 잠재적인 종합격투기 슈퍼스타를 탐지하는 시리즈의 주인공을 맡아 출연하고 있다.
마테우스 카밀루는 코로나19 여파로 아버지를 여의고 종합격투기를 관두려 했지만, 어머니 격려 덕분에 훈련을 계속한 일화를 ZFN 2를 앞두고 밝혀 감동을 줬다.
“전업 파이터가 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고 세상을 떠난 부친을 대신하여 일자리를 찾아 집안 생계를 책임지려 마음을 먹었다”며 돌아본 마테우스 카밀루는 “그러나 모친은 ‘남편과 나, 그리고 너의 꿈인 UFC로 향하는 길을 계속 가라’며 아들을 체육관에 돌려보냈다”고 회상했다.
정찬성 대표는 MK스포츠 질문에 “인간적으로 정말 좋은 친구더라. 부모님 이야기는 몰랐다. 마테우스 카밀루가 UFC에 갈 수 있도록 도운 것에 더욱 보람을 느낀다”고 뿌듯함을 표현했다.
마테우스 카밀루는 “UFC 입성이라는 소망이 이루어진 순간 어머니가 많이 울었다. 천국에서 아버지가 얼마나 아들을 자랑스러워할지를 얘기했다. 그래서 나는 ‘이 모든 것은 엄마를 위한 거야’라고 말씀드렸다”며 후일담을 밝혔다.
“아들아, 여기서 멈추면 그동안 과정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그러니 희망을 계속 좇아라”는 격려를 어머니한테 들었다고 떠올린 마테우스 카밀루는 “내가 정말 힘들 때 주저앉지 않을 수 있게 용기를 줬다. 감사히 ZFN 2 승리를 바친다고 말하니 모친은 계속 울었다”고 설명했다.
마테우스 카밀루는 ZFN 2에서 도롭쇼흐 나보토프를 꺾어 ‘파이트 매트릭스’ 57점에서 70점으로 18.6% 상승했다. 57점은 현재 UFC 라이트급 75위 및 상위 78.1%, 70점은 UFC 라이트급 66위 및 상위 68.8%에 해당한다.
전국 신문 ‘USA 투데이’가 선정한 ‘2024년 10월 승리로 UFC 입성이 가능한 5명’ 중 하나였지만, 예상과 달리 미국 무대에서 이기고도 뜻을 이루지 못해 아쉬움을 삼키고 있던 마테우스 카밀루한테 다시 기회를 준 것은 데이나 화이트 회장의 권한을 위임받은 정찬성 대표다.
Lookin‘ for a Fight 제작진은 정찬성 대표한테 ZFN 2에서 도롭쇼흐 나보토프를 상대할 선수를 고르게 했다. 이미 UFC 하위권 실력자였고 유명 언론이 주목하는 잠재력을 지녔다고는 하지만, ‘코리안 좀비’의 선택이 없었다면 목표 달성까지 시간이 더 필요했을 것이다.
마테우스 카밀루는 호텔 마리나베이 서울 아라 ZFN 2 기자회견 및 승리 인터뷰에서 “매 순간 힘이 되는 에너지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 한국이 내 집처럼 느껴졌다. 응원한 모든 분에게 깊이 감사하다. 기회를 준 정찬성 대표한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태극기와 함께 ZFN 2 킨텍스 현장에 입장한 것은 퍼포먼스가 아니라 진심이었다. 마테우스 카밀루는 “정찬성 같은 전설이 만든 ZFN의 흥행을 위해 시합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현역 시절 당신의 유산을 자랑스럽게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UFC 활약을 다짐했다.
마테우스 카밀루 종합격투기 경력
2019년~ 9승 2패
KO/TKO 4승 무패
서브미션 2승 2패
2022~2023년 미국 FFC 3승 1패
2024년 ZFN 승리 및 UFC 진출
[강대호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