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은 왜 美 루이지애나를 찍었나…제철소 부지선정 배경은

1 day ago 3

뉴올리언스-배턴루지 인근 지역
과거 플랜테이션 중심지.. 물류에 최적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이 백악관에서 대미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이 백악관에서 대미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28년까지 미국에 총 210억 달러(약 31조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면서 가장 힘을 준 내용은 루이지애나 지역에 건설하는 제철소다.

정 회장은 "이번 투자의 핵심은 미국의 철강과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강화할 60억 달러의 투자"라면서 루이지애나 지역에 건설하는 제철소 계획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정 회장은 "이 투자는 1300개의 미국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 내 자동차 공급망을 더 자립적이고 안전하게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루이지애자 제철소는 뉴올리언스와 배턴루즈 사이 미시시피 강 인근에 지어질 예정이다. 현대제철의 첫 해외 쇳물 생산이다. 연간 생산량은 270만t 규모로 예정돼 있다. 전기로 방식으로 생산된다. 현대차그룹은 올초 한국경제신문의 보도 이후 해외 첫 제철소 건설을 미국 남부지역에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지역을 현대차그룹이 점찍은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물류의 요충지다. 미시시피 강과 미국만(멕시코만)이 만나는 지역으로서 바다를 통해 원료를 공급받고 서배나 등으로 생산된 강판을 내보내기에 편리하다. 내륙과 해상이 연결되는 이 지역은 오랫동안 플랜테이션 산업이 성행한 곳으로, 현재도 석탄발전소 등이 운영되고 있다. 전기로 운영의 핵심 조건인 전력 확보에도 비교적 유리한 점이 있다.

둘째는 정치적인 배경이다. 이날 백악관 행사에는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뿐만 아니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함께 했다. 두 사람은 모두 루이지애나를 정치적 기반으로 하고 있다. 존슨 의장이 이날 "루이지애나에 현대가 투자해 줘서 감사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배경이다. 앞서 바이든 정부에서 많은 투자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서배나 공장 등에서 바이든 색깔을 지우고 '트럼프 시대의 투자'로 포지셔닝하기 위해 루이지애나 정치인들을 든든한 조력자로 만들 필요성을 느꼈다고 볼 수 있다.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설은 현대차그룹으로서는 트럼프 시대를 헤쳐갈 핵심 카드다.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피하면서 현지에서 현대차를 비롯해 계열사 수요에 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저탄소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로, 기본적으로 조지아주와 앨라배마주의 현대차그룹 공장에서 사용되는 자동차용 강판에 집중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현대차그룹에 "인허가 문제가 있으면 나를 찾아오라,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진짜 난관은 인허가와 같은 이슈가 아니라 첫 해외 쇳물 생산에 따르는 기술적인 부분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고품질 자동차 강판을 사용하고 있는데, 고로가 아니라 전기로 방식으로 현재 수준의 강판을 생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기로는 고철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현대차는 환원제철(DR) 방식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처음으로 해외 생산을 하는 데 따르는 시행착오 뿐만 아니라 비교적 새로운 생산방식을 적용하는 데 따르는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루이지애나주 남부 일대가 태풍으로 인해 자주 피해를 보는 지역이라는 것도 위험 요인 중 하나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왼쪽 두 번째)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맨 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세 번째), 마크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맨 오른쪽)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 계획을 24일 백악관에서 발표하고 있다. /백악관공동기자단

정의선 현대차 회장(왼쪽 두 번째)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맨 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세 번째), 마크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맨 오른쪽)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 계획을 24일 백악관에서 발표하고 있다. /백악관공동기자단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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