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최근 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 등 유명인들 사이에서 혼외자 문제가 연이어 불거지고 있습니다. 혼외자는 법률상 혼인관계가 없는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의미하는데, 이들의 법적 지위와 상속권 문제가 향후 큰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법조계에서는 혼외자가 있는 경우 반드시 상속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전문가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혼외자 두고 사망한 한 중견기업 회장과거 맡았던 한 중견그룹 회장의 사례는 혼외자 문제가 얼마나 복잡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회장은 생전에 혼외자의 존재를 뒤늦게 알게 되자,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렸습니다. 결국 혼외자를 직접 만나 10억원 상당의 금전을 지급하고 "추후 상속에 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지 않았고, 정식 유언장 작성도 하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혼외자의 존재를 회장 사후에야 알게 됐다는 점입니다.
예상대로 상속 분쟁이 터졌습니다. 혼외자 측은 "각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며 정당한 상속분을 요구했고, 기존 가족들은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며 맞섰습니다. 양측 모두 서로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법정 다툼이 시작됐습니다.
최종적으로는 가정법원 조정을 통해 법정 배우자가 전체 상속재산의 10% 정도를 기여분으로 인정받고, 나머지 재산을 법정상속분에 따라 분할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조정 과정은 매우 험악했습니다. 수십 년간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혼외자의 원망과 분노, 남편의 배신을 뒤늦게 알게 된 배우자의 충격과 분노,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 무너진 자녀들의 실망감이 법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대부분의 혼외자는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과 지원을 받지 못해 마음속 깊은 상처가 있습니다. 반면 배우자와 자녀들은 혼외자 문제로 인한 배신감과 고통을 겪게 되어 화해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혼외자 관련 주요 법적 쟁점들
혼외자 문제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이슈는 다음과 같습니다.
상속 분쟁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유언이 없다면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서로 간 신뢰 부족으로 협의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상속세 신고 절차도 원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생전 증여나 유언으로 재산 분배가 이뤄졌더라도 유류분반환청구권 문제가 대두될 수 있습니다. 통상 혼외자는 생전 증여나 유언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고, 망인의 재산 내역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유류분청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큽니다.
인지청구권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혼외자는 생부를 상대로 인지청구를 할 수 있고, 인지를 통해 법적 부자관계가 성립됩니다. 생부와 달리 생모의 경우 출생 시부터 친자관계가 발생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인지는 출생 시점으로 소급해서 효력이 발생하므로, 친모는 부를 상대로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혼외자가 성년이 된 경우 스스로 부모를 상대로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상속회복청구권과 관련해서는 친부 사후 인지판결이 있는 경우 인지의 소급효에 의해 부의 사망 시 상속권을 취득한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다른 공동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을 아직 처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민법 제999조에 따라 상속회복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미 상속재산을 분할·처분한 경우에는 민법 제1014조에 따라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혼외자가 있는 경우 사후 상속 관련 분쟁이 불가피하다며, 생전에 충분한 법적 검토와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윤지상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 l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제45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35기 수료 후 전국 주요 법원 판사로 재직하며 2022년 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로 퇴임했다. 법관 재직 시절 다수의 이혼 재판과 상속재산분할 심판을 하였고, 상속재산분할 및 유류분재판실무편람, 주석 민법(친족상속편)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현재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이자 국민권익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유튜브 상속언박싱이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상속과 관련된 여러 강연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