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7일 명동 서울대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관계자들과 만나 ‘장애인 탈시설 정책’에 관해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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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택 대주교(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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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과 만난 정순택 대주교(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
이번 만남은 정 대주교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앞서 전장연은 지난달 18일 혜화동성당 종탑을 점거한 뒤 15일간 고공 농성을 벌이며 장애인의 탈시설 권리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활동가 민푸름·이학인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이 기각했다. 정 대주교는 지난 5일 두 활동가에 대한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바 있다.
정 대주교는 이날 “혜화동 성당 종탑에서 농성을 이어오며 얼마나 많은 고통과 결단이 있었을지 여러분의 외침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다른 이유는 차치하더라도 위험한 곳에서 농성하는 분들이 안전하게 내려오길 기도하고 있었다. 두 활동가의 구속 수사가 기각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교회도 인권과 자기 결정권을 무엇보다 중시하며 큰 틀에서는 전장연과 근본적인 지향점은 다르지 않다”며 “그 안에서 차이점들을 조율하고 서로 존중하며 대화를 해나가면 일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네 번째 방문인데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주교회의 측과 대화로 풀고자 했으나 성사되지 않아 농성이 길어졌는데 이번 만남이 큰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 대주교는 일괄적인 탈시설 추진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하며 탈시설을 통한 권익 향상을 지지한다”면서도 “무연고 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당사자와 가족의 의사를 존중하며 보호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면적이고 강제적인 탈시설은 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보다 깊이 있는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면담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무처장 정영진 신부, 사회사목국장 윤병길 신부, 문화홍보국장 최광희 신부와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박경인 공동대표, 박초현 서울지부 대표, 초록 정책국장,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김정하 활동가 등이 함께했다.
정 대주교는 2022년 9월, 2023년 2월과 11월에도 전장연과 만나 탈시설 및 장애인 이동권에 관해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