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올해 '한은 마통' 누적 71조원 빌려써…1분기 이자만 445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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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까지 누적 일시대출금 70조 7000억원
'세수 펑크' 겪은 지난해보다 10조 7000억원↑
연초부터 '조기 집행'에 세수 진도율 낮은 탓

  • 등록 2025-05-06 오전 10:09:02

    수정 2025-05-06 오전 10:09:02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정부가 올해 4월까지 한국은행에서 약 71조원을 빌려 쓴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부터 ‘조기 집행’ 방침에 쓸 돈은 많은데, 경기 침체로 세수는 잘 걷히지 않으면서 부족한 재정을 한국은행에서 빌려 쓴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6일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대(對)정부 일시대출금·이자액 현황’에 따르면 올해 4월 말까지 정부가 한은으로 빌린 누적 대출금은 70조 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과거 같은 기간을 비교하면, 해당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15년 만에 최대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를 겪은 지난해 같은 기간(60조원)과 비교해도 10조 7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정부의 한은 일시 차입은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이다. 개인이 시중은행으로부터 마이너스 통장을 열어놓고 필요할 때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는 것과 비슷하다.

올해 국세 수입 진도율이 낮은데, 정부가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연초부터 신속집행을 하면서 부족한 재정을 한은에서 끌어다 쓴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일시대출 내역을 보면 지난해 1월에는 대출이 없었지만, 올해는 1월부터 5조 7000억원을 대출을 했다. 정부가 일시 차입금으로 1분기 신속집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는 올해 새해 첫날부터 민생 사업에 역대 최대 규모인 3300억원을 집행하는 등 신속 집행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반면 올해 1분기 국세 수입은 총 93조 3000억원으로, 올해 세입 예산(382조 4000억원)의 24.4%에 그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진도율(25.2%)과 최근 5년 평균(25.4%)보다 낮은 수치로, 결산 기준으로는 2020년(24.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법인세, 소득세 등이 지난해보단 늘었지만, 증가폭이 소폭에 그친 영향이다.

마이너스 통장 사용이 늘어나면 부담해야 할 이자도 커진다. 지난해 정부는 일시대출 이자로만 한은에 2092억 8000만원에 이르는 돈을 지급했다. 올해 일시 대출 이자율은 ‘대출 (직전분기) 마지막 달 중 91일 물 한은 통화안정증권의 일평균 유통수익률에 0.10%포인트를 더한 수준’이 적용된다. 이를 적용하면 올해 1분기 이자는 445억 3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에서는 일시 차입은 ‘정상적 재정 운영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또 올해 4월까지 누적 상환액도 75조 7000억원으로 현재 대출 잔액은 없는 상태다. 올해 빌린 돈에 지난해 남은 대출 잔액 5조원을 모두 상환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은에서 빌린 대규모 자금이 시장에 오래 머물면서 유동성을 늘려 물가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일시 대출금 한도대출 조건을 의결하면서 정부가 일시적으로 부족한 자금을 한은에 차입하기에 앞서, 재정증권의 발행을 통해 조달하도록 노력을 하도록 하는 등의 ‘부대 조건’을 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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