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역대최악 산불에 “10조 추경”…여야, 구체적 사업 두고 대립

2 days ago 7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3.30 서울=뉴시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3.30 서울=뉴시스
정부가 10조 원 규모의 ‘필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추진한다. 정치권이 추경 규모와 등을 두고 팽팽히 맞선 가운데 정부가 여야가 동의하는 분야에 한해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는 추경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것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추경 규모 증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30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정부는 시급한 현안 과제 해결에 신속하게 집행 가능한 사업만을 포함한 10조 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4월 중에 추경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여야의 초당적 협조를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한덕수 권한대행 국무총리도 “여야와 협의해 4월쯤에는 이 예산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추경 편성을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재난·재해 대응 △통상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 3대 분야에 집중해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초당적 협력을 통해 신속히 통과시키겠다”고 환영했다. 반면 35조 원의 자체 추경안을 공개했던 민주당은 “만시지탄”이라며 “10조 원 규모가 유의미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여야는 31일 우원식 국회의장과의 원내대표 회동에서 관련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던 정부가 전향적으로 돌아선 것은 ‘역대 최악의 산불’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정협의회의 개최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산불 피해 복구 등의 절박성을 고려해 여야가 공감하는 필수적인 분야로 한정해 추경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산불 등 재난·재해 대응과 함께 다음달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예고에 따른 통상 리스크 대응과 AI 경쟁력 강화, 서민·소상공인 지원 등 여야가 공통적으로 추경 필요성을 주장해온 분야들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추경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정치권도 산불을 계기로 중단됐던 추경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는데는 의견을 모은 상황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추경 사업을 두고는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국민의힘은 재난 예비비를 대폭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제시한 자체 추경안에 국민안전예산 9000억 원이 포함된 만큼 예비비 증액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민주당은 이 대표의 역점 사업으로 꼽히는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소비쿠폰) 등 민생회복과 소비진작 사업이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심사과정에서 여야간 이견 사업이나 추경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의 증액이 추진된다면 정치 갈등으로 인해 국회 심사가 무기한 연장되고, 추경은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여야가 각각 반대하는 사업에 대해선 추경 논의에서 제외하자는 것.

하지만 민주당은 추경 규모 증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정부가 제시한 10조 원이라는 추경 규모가 당면한 위기 속에서 민생과 경제를 회복시키고 재난을 극복하는 데 유의미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추경안을 뒷북 제출하면서 급하니 국회의 심사 과정은 생략해 달라는 정부의 태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추경 규모가 너무 적고 사업 범주도 소극적”이라면서도 “증액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중요한 건 규모보다 항목”이라며 “(민주당이) 시장 경제 원칙에 반하는 전국민 현금성 살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