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유출 쿠팡·SKT도 영향권…조단위 소송전 몰아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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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청와대 앞에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단체 회원들이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2일 청와대 앞에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단체 회원들이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집단소송법 확대 개편안의 핵심 쟁점은 법 시행 전에 발생한 사건에도 소송을 허용하는 소급 적용 여부다. 소급 적용이 확정되면 지난해 가입자 2500만 명의 유심정보 유출 사고를 낸 SK텔레콤부터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까지 집단소송 영향권에 놓인다.

집단소송법은 동일한 원인으로 다수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대표당사자가 피해자 전원을 위해 소송을 수행하는 제도다. 법무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증권 분야에 한정된 현행 제도를 개인정보 유출, 제조물 결함, 환경오염 등 모든 분야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소급 적용 채택이 최대 쟁점

정보유출 쿠팡·SKT도 영향권…조단위 소송전 몰아치나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박균택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9일 발의한 집단소송법안 부칙 제3조는 “이 법 시행 이전에 생긴 사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도 적용한다”고 명시해 전면 소급을 채택했다. 오기형 서영교 박주민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소급 조항 자체가 없고, 김남근 민주당 의원안은 “시행 이후 최초로 제기되는 소송부터 적용”하도록 명시했다.

소급 찬성론은 쿠팡 개인정보 유출, 가습기 살균제 등 이미 발생한 피해의 구제 실효성을 근거로 든다. 쿠팡 이용자 정보 유출 사건은 1인당 최저 청구액 10만원만 적용해도 배상액이 3조3700억원으로 급증한다. 법 시행 전 예측할 수 없었던 리스크를 기업에 소급 부과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소급 입법 금지 원칙에 위배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집단소송이 잦은 미국에서는 최근 소송 타깃이 빅테크 기업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아디다스는 틱톡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트래킹 픽셀(웹사이트 방문자 추적 기술)을 통해 방문자 동의 없이 IP 주소를 수집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연방법원에 피소됐다. 미국 데이터 기업 이노데이터와 뷰티 기업 오디티테크는 자체 인공지능(AI) 기술을 과장 홍보했다는 혐의로 주주 집단소송을 당했다.

◇“소송 허가 엄격…남소 가능성 작아”

박균택안의 소송 허가 요건(제12조)은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내용과 사실상 동일하다. 구성원 50인 이상, 중요 쟁점의 공통성, 집단소송이 총원의 권리 실현에 적합하고 효율적인 수단일 것 등을 핵심으로 한다. 반면 박주민안은 소송 허가 결정을 3개월 이내에 내리도록 기간을 명시하고 있으며, 백혜련안은 한발 더 나아가 3개월 내 결정이 없으면 허가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까지 두고 있다. 계류 중인 법안은 공통적으로 소송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판결 효력이 자동으로 적용되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을 채택했다.

법조계에서는 소송 허가 요건이 엄격하게 유지된다면 함부로 재판을 신청하는 일은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은 2005년 제도 시행 이후 지금까지 소가 제기된 사례가 12건에 불과하다.

서정 법무법인 서이헌 대표변호사는 “집단소송제가 전 분야로 확대되면 기업으로서는 소송 대표들과 조정·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소송 허가 요건이 기존 증권 집단소송처럼 엄격하게 적용된다면 남소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 운용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소송과 달리 일반 집단소송에서는 판결 확정 후에도 피해자가 누구인지 특정하기 어려운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소 제기 단계부터 피해자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 계획을 법원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상금 분배 단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증권 집단소송에서는 ‘주식 수 곱하기 손해단가’로 배상액이 자동 산출되지만, 일반 집단소송에서는 분배관리인이 권리신고자 한 명 한 명의 자격을 심사하고 그룹별 배상액을 달리 정해야 한다.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이 금전배상형 집단소송에 “공통 쟁점이 개별 쟁점을 지배할 것”이라는 ‘지배성 요건’을 추가로 요구하는 것도 이런 복잡성을 걸러내기 위해서다.

허란/정희원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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