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伊 최고 오페라 명가' 이끈다…247년 사상 첫 동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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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이 지난해 7월 일본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 지휘하고 있다.  아스코나스 홀트 제공

정명훈이 지난해 7월 일본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 지휘하고 있다. 아스코나스 홀트 제공

지휘자 정명훈(72)이 이탈리아 밀라노의 유서 깊은 오페라 공연장인 라 스칼라 극장 음악감독을 맡는다. 라 스칼라는 247년 역사의 명문 극장으로, 정명훈은 2026년 말부터 이 오페라극장 음악 부문을 총괄한다.

라 스칼라 극장은 12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정명훈의 음악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임기는 현재 음악감독인 리카르도 샤이가 퇴임한 이후인 내년 말 시작된다. 동양인 출신 라 스칼라 음악감독은 정명훈이 처음이다. 영국의 유명 음악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는 “충격적인 인선”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음악감독은 극장에서 공연할 작품 선정부터 단원 선발 등 음악적 부문을 총괄하는 중책이다. 라 스칼라 극장에선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와 클라우디오 아바도, 리카르도 무티와 다니엘 바렌보임 등 당대 최고 지휘자가 이 직책을 맡았다. 라 스칼라는 세계 오페라의 메카로 개관 이후 로시니, 벨리니, 베르디 등의 작곡가와 함께 이탈리아 오페라를 공연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영국 런던 로열오페라극장과 함께 ‘빅3’ 오페라극장으로 거론된다.

정명훈은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라 스칼라 필하모닉과 오랜 시간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라 스칼라 필하모닉으로부터 초대 ‘명예 지휘자’로 추대된 유일한 지휘자다. 지난 3월 밀라노에서 열린 세 차례의 공연이 모두 매진됐을 정도다.

정명훈은 1989년 라 스칼라 데뷔 이후 9편의 오페라를 84회 무대에 올렸다. 2016년 라 스칼라 오페라단의 해외투어 공연으로 베르디의 시몬 보카네그라를 러시아 볼쇼이 극장에서 지휘한 게 대표적이다.

정명훈은 라 스칼라 필하모닉과 함께 이탈리아뿐 아니라 베를린, 바르셀로나, 모스크바, 도쿄, 상하이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연주했다. 콘서트 횟수는 141회에 달한다. 라 스칼라 극장은 역대 음악감독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출연 횟수라고 밝혔다.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쇼스타코비치의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부터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푸치니의 나비부인, 모차르트의 이도메네오, 베르디의 돈 카를로와 라 트라비아타, 베버의 마탄의 사수, 베토벤의 피델리오 등 장르와 시대를 넘나들며 작품을 지휘했다.

정명훈은 1974년 차이콥스키국제콩쿠르에서 2위에 오르며 피아니스트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이탈리아 오페라 명지휘자인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를 사사하며 지휘자로 전업했다. 35세인 1989년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음악감독으로 임명되면서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초대 수석객원지휘자, 도쿄 필하모닉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명예음악감독, KBS교향악단 계관지휘자, 부산 오페라·콘서트홀 예술감독 등으로 활약 중이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음악감독, 로마 산타체칠리아 국립아카데미 수석지휘자 등도 역임했다.

라 스칼라는 “정명훈 마에스트로는 예술성과 인간성 모두에서 우리와 깊은 신뢰를 쌓아왔다”며 “라 스칼라의 미래를 함께 열어갈 최적의 음악감독”이라고 밝혔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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