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라하는 것은 밝은 달이 구름에 나오듯이 순풍에 배가 암초를 밀듯 근심걱정 던져버리고 한순간 웃는게 광대라." (전통연희극 '광대' 가운데 순백의 노래)
1902년 서울 정동의 근대식 공연장 '협률사' 앞은 구름 관중으로 빽빽했다. 양반이든 아니든 신분과 관계없이 입장권만 있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던 한국 최초의 유료 공연 '소춘대유희'(笑春臺遊戲)를 보기 위해서였다. 124년이 지난 2026년 봄, 그 날의 신명과 광대놀음이 다시 한번 국립정동극장 무대 위에서 부활했다.
서울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은 지난 3일 이를 그려낸 작품 '광대' 프레스콜을 열고 화려한 개막을 알렸다. '광대'는 3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두달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전통의 재현을 넘어서 '정동극장의 전신' 협률사의 역사성을 무대 언어로 풀어내며 공연계에 승부수를 띄웠다.
작품의 이야기는 리허설 도중 일어난 뜻밖의 정전에서 시작한다. 정동극장 예술단과 예술단장 순백이 1902년 협률사 무대를 복원한 '2026년 소춘대유희'를 준비하던 중이다. 정전이 일어난 공연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낯선 기운이 감도는데 무너진 시공의 틈 사이로 100년의 시간과 100년전의 광대들이 밀려든다.
당황한 순백 앞에 정체를 모를 소리꾼 아이까지 나타나면서 무대는 과거와 현재가 뒤엉키는 유희의 장으로 바뀐다. 귀신이 된 광대들이 여전히 신명나는 판을 꾸리고 현재의 단장과 단원들을 후배라 부르며 한수 가르쳐 주는 모습도 등장한다.
작품의 모태가 된 소춘대유희는 남사당놀이, 탈춤, 줄타기 등 흩어져 있던 민속 연희를 극장안으로 끌어들인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2026년판 '광대'는 여기에 판타지적인 설정을 더했다. 100년 전부터 극장을 지켜온 백년광대와 극장을 지키는 오방신이 오늘날의 예인을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과거와 현대가 교차하는 무대는 전통예술도 오늘날 살아 숨쉬는 예술이라는 것을 증명해냈다. 판소리와 한국무용, 타악기 연주가 객석의 흥을 돋운다.
단장 순백의 역할에는 재치 넘치는 소리꾼 이상화와 창작 판소리의 주자로 꼽히는 박인혜, 그리고 강현영 세명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순백은 창자(唱者)의 성별 경계를 허물면서 극을 이끄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는 판소리 주인공들이 초기 창극의 기틀을 마련했던 협률사의 파격과 견줄 수 있을 정도.
여기에 고채희, 최이정, 서이은 등 국악 샛별들의 열연은 극의 메시지인 '시대의 예술가로서의 광대'를 완성하는 화룡점정이다. 순백과 아이가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면서 극의 메시지인 '광대란 한 시대를 즐겁게 살다가는 진정한 예술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아울러 극장을 지키는 오방신이 등장하는 씬과 아이와 순백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씬은 연출의 깊은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정동극장은 올해 '광대' 공연 회차를 50회로 대폭 늘렸다. 정동극장의 대표 레퍼토리로 풍물, 버나, 소리가 어우러지는 무대를 만들어 이를 세계에 적극 알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무대 양 옆의 스크린에는 판소리 언어를 현대의 한국어로 바꾼 자막과 함께 번역된 영문이 뜬다. 외국인 관객을 배려한 영문 자막은 판소리 특유의 말맛과 운율을 살린 섬세한 번역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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