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음악가에겐 레슨 백번 보다 공연 한번이 낫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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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무 안동문화예술의전당 관장은 “유럽 정상급 음악인을 안동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초청해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

최상무 안동문화예술의전당 관장은 “유럽 정상급 음악인을 안동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초청해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

“백 번의 레슨보다 공연 한 번이 낫습니다. 그 무대가 유럽 최고 공연장이라면 더할 나위 없죠.”

최상무 안동문화예술의전당 관장(50)이 1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안동문화예술의전당은 ‘2025 안동 글로벌 영 아티스트 콩쿠르’(안동 콩쿠르) 참가 신청을 2일부터 13일까지 받는다. 성악, 피아노, 관현악 분야가 대상이다. 그간 클래식 음악계 콩쿠르는 상금이 핵심인 경우가 많았다. 상금을 노리는 음악가를 가리켜 ‘콩쿠르 헌터’란 말이 나올 정도. 안동 콩쿠르는 음악가의 성장에 초점을 뒀다. 유럽 명감독들이 심사를 맡을 뿐 아니라 유럽 공연과 오디션 기회도 제공하기로 했다.

안동 콩쿠르 심사를 맡은 7인의 이름을 보면 유럽 유수 콩쿠르를 방불케 한다. 최 관장을 뺀 6명 모두가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출신이다. 독일 베를린 도이체오퍼 예술조감독인 비비아나 바리오스,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 오펀스튜디오 조감독인 우타 산더, 빈 에어버잘 조감독인 스텔라 사보비치 등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빈 음대 교수, 빈 필하모닉 클라리넷 부수석 등도 위원 명단을 채웠다.

최 관장은 유럽 정상급 음악인을 영입하고자 2023년부터 공을 들였다. 빈 슈타츠오퍼, 베를린 도이체오퍼 같은 인기 공연장뿐 아니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돌며 발품을 팔았다. 그는 2017~2021년 국내 첫 오페라 전용극장인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예술감독을 지내면서 국내 무대의 한계를 체감했다. 최 관장은 “유럽 감독들을 만나면 ‘한국 성악가들이 노래는 잘하는데 무대에 서면 자유롭지 못하고 비슷하게들 부른다’는 비판을 들었다”며 “콩쿠르를 통해 해외에서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에게 요구하는 점이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콩쿠르 우승자에겐 오는 11월 5일 빈 에어버잘 공연장에서 공연할 기회가 주어진다. 내년 베를린 국립극장과 빈 국립극장의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 최종 오디션에 참가할 자격도 얻는다. 음악 인재를 선점하려는 현지 수요와 ‘K클래식’의 잠재력을 강조한 최 관장의 설득이 맞물린 결과다. 그는 “우승자가 아니더라도 심사위원의 맘에 든 참가자라면 유럽 무대에 오를 기회가 생길 수 있다”며 “(안동 콩쿠르를) 젊은 음악인들이 해외로 도약하는 도움닫기로 썼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 콩쿠르는 국내 공연에도 신경을 썼다. 우승자는 내년까지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클래식 음악 공연에 출연할 기회를 얻는다. 다음달 12일엔 한경아르떼필하모닉과 협연한다. 상금은 1위 1500만원 등이다. 최 관장은 “독일에선 공연장 한 곳에 많게는 한 해 300회 이상 공연 일정이 잡혀 있는데 국내 지방 공연장은 10회 내외만 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며 “무대에 오를 수 있는 횟수가 적다 보니 젊은 음악가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그간 제한적이었다”고 했다.

국내 공연장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는 이뿐만이 아니다. 안동문화예술의전당은 지난해부터 배리어프리 오페라를 제작하고 있다. 배리어프리 공연은 신체적 어려움으로 공연을 즐기기가 쉽지 않은 이들을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무대를 촉각으로 만질 수 있는 미니어처나 공연 중 해설을 제공하는 이어폰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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