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일이 임박하면서 여론조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가운데 조사기관마다 결과가 엇갈리자 유권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 결과가 널뛰고 있다. 조사 시기가 비슷한데도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8%포인트 차로 앞선다는 결과가 나오는 반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뒤집었다는 조사도 있다. 판세를 읽어내야 할 여론조사가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화면접 vs ARS 자동응답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21~25일 서울 지역 만 18세 이상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5%포인트) 정 후보는 42%, 오 후보는 36%로 조사됐다. 반면 리서치웰이 뉴데일리 의뢰로 20~21일 서울 유권자 97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오 후보가 44.8%로 정 후보(42.0%)를 오차범위 내(±3.1%포인트)에서 앞섰다.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19~20일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한 ARS 조사(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는 정 후보가 41.7%, 오 후보는 41.6%로 박빙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각각의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온 건 방식의 차이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국리서치 조사는 전화 면접이었고, 리서치웰·에이스리서치는 ARS 방식이었다. 사람이 직접 요청하는 전화 면접 방식은 정치에 관심이 적은 ‘중·저관여층’의 답변까지 이끌어낸다. 반면 ARS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고관여층’ 위주로 응답한다.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27일 “여론조사라고 하면 끊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면접원이 ‘1분이면 된다’고 하면서 설득하면 끊지 않고 응답하는 경우가 있어 중·저관여층 의견까지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ARS 방식이 ‘틀린 조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저관여층 중에선 실제 투표장에 가지 않은 유권자도 많기 때문에 선거 결과와 비교해보면 ARS 적중률이 더 높다는 반론도 나온다.
◇질문지와 기관 성향도 영향
같은 방식이라고 하더라도 의뢰처의 성향에 따라 결과가 갈리기도 한다. 특정 정치적 성향이 과표집되거나 과소표집될 수 있어서다. 이번 선거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전화 면접 조사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조선일보가 매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16~17일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보수적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가 268명으로 중도적(248명), 진보적(207명)보다 많았다. 반면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조사에선 중도(270명), 보수(234명), 진보(220명) 순으로 조사됐다. 민주당에서는 이를 두고 “보수 과표집”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지층 유권자가 ‘편향된 조사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품고 응답 자체를 거부했다는 논리다. 반대로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꽃이라는 언급만 듣고도 답변을 거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질문의 기술’도 여론을 흔드는 요소 중 하나다. 가상대결을 묻기 전후로 예민한 현안 질문을 섞으면 특정 성향 유권자가 여론조사 응답 도중 전화를 끊어버리는 중도 이탈 현상이 발생한다.
부산 북갑 등 유권자가 적은 격전지일수록 특정 후보 진영이 지지자에게 “전화를 꼭 대기해서 받아달라”고 독려하는 조직화된 ‘경선 대기조’ 역시 여론 왜곡을 가져온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여론조사는 ‘무작위성’이 중요한데 전화가 올 것을 알고 대기한 뒤 응답하는 건 이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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