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어떤 벌레인지 몰라 대처법을 알 수가 없었는데, 챗GPT한테 사진 찍어 물어보니 단번에 알려줬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거주하는 자취생 A씨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도움으로 벌레 퇴치에 성공했다.
A씨처럼 네이버나 구글 등 기존 플랫폼보다 챗GPT를 활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작년과 비교하면 일일 사용자가 20배 넘게 올랐다. '지브리풍' 등 이미지 생성이 바이럴을 타면서 생성형 AI를 한번 경험해본 사용자들이 검색을 비롯해 다양한 기능으로 활용도를 늘리는 모양새다.
◇ 지브리풍 이미지 타고 사용자 급증
1일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최근 챗GPT의 일일 활성 사용자 수(DAU, 안드로이드+iOS, 중복포함)는 220만명을 상회하고 있다.
3월 오픈AI가 '챗GPT-포오(4o)'에 이미지 생성 기능을 추가하면서 지브리풍, 바비코어, 동물의 인간화 등 이미지 생성이 '밈'(meme)처럼 확산한 영향이 컸다. 전현무, 송지은, 홍석천, 이특 등 연예인까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게시물을 올리면서 챗GPT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급속도로 높였다. 이미지 생성 인기가 다소 가라앉으면서 4월 초 320만에 달했던 DAU는 최근 약 30% 정도 빠진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작년 4월과 비교하면 20배 상승한 수준이며, 3월 중순과 비교해도 약 2배 가까운 DAU를 유지 중이다. 챗GPT의 주 사용자 층은 20대가 30%로 가장 많다. 이어 10대 이하와 30대 각각 20%, 40대 17% 등 순이다.
20대가 챗GPT의 주요 사용자층은 20대 대학생들이다. 지브리풍 등이 확산된 SNS의 주 사용자 층이기도 하다. 이들은 생성형 AI 이미지 확산을 계기로 챗GPT를 접한 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학생들의 챗GTP 사용은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4월 공개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학생들의 챗GPT 주요 사용 목적은 텍스트 요약 및 정보 정리(35%), 문제 해결 및 개념 설명(29%), 복습 및 학습 지원/정보 검색 및 조사(각각 28%) 등 순으로 나타났다.
취업 시장에서도 이러한 AI를 활용하는 취업준비생이 증가세다. 사람인이 최근 구직자 973명을 상대로 'AI 취업 준비 서비스 활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구직자 10명 중 4명(39.6%)이 AI를 취업 준비에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바천국이 구직자 445명으로 대상으로 관련 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9명(89.2%)이 구직 시 AI 활용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미 한국 내 챗GPT 사용 경험률은 50.9%로, 미국(33.8%)과 일본(25.2%)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20대의 사회 진출이 가시화될수록 AI의 활용성이 전방위에 걸쳐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 쇼핑까지 침범하는 생성형 AI
국내에서는 정치인과 기업인의 챗GPT 활용이 아직 활발하지 않지만,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제이크 오친클로스 미국 하원의원, 아이작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 등이 챗GPT를 활용해 연설문 작성이나 공지문 개발에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TV토론회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중 김문수 후보가 챗GPT를 정책 토론 중 사용한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비즈니스인사이드 보도에 따르면 해외 주요 기업들은 업무에서 생성형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맥킨지·BCG·딜로이트 등 컨설팅 회사들은 직원들의 연구, 데이터 분석 등에 챗GPT 기반 도구를 활용 중이며, 골드만삭스·JP모건 등 금융 산업에서는 챗GPT가 기업공개(IPO) 문서 작성, 투자 전략 수립 등 업무를 자동화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이에 발맞추어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임원 등을 대상으로 관련 AI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이제 업무 도입에 들어가는 추세다.
여기에 생성형 AI가 전자상거래 영역으로 시장을 확대해 사용성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오픈AI는 자사 검색엔진 '챗GPT 서치'에 제품을 검색 및 비교하고 구매 링크 알려주는 쇼핑 기능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한 정보통신(IT) 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가 무서운 점은 적지 않은 월 구독료를 내면서도 한번 쓴 사람은 빠져나오기 어려울 정도로 활용성과 정확성이 높고 중독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 뷰는 한국의 생성형 AI 시장 규모가 2023년 7330만 달러에서 2030년 7억200만 달러 규모로 약 10년 새 10배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