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기까지 띄워 실어 나르더니"…아이폰, 갤럭시와 '대혼전'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 신작을 내놓는 1분기에 애플과의 격차가 이례적으로 좁혀져 접전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을 피해 올해 2분기 물량을 앞당겨 출하한 영향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올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 점유율을 놓고 때아닌 선두 경쟁을 벌였다. 통상 삼성전자가 갤럭시 신작을 발표하는 매년 1분기에 강세를 보이고 애플이 최신 아이폰을 공개하는 3분기엔 애플 출하량이 높게 나타나는데, 올해는 양상이 달라졌다.

이번 1분기엔 애플이 사상 최대 출하량을 기록하면서 혼전이 벌어졌다. 애플은 중국을 겨냥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을 피해 출하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재고를 미리 비축했다. 2분기 물량을 앞당겨 출하했다는 관측. 실제로 전세기를 띄워 미국 판매 물량을 실어나르기도 했다.

애플이 출하량을 늘리면서 1분기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밀어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이 인용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1분기에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애플은 미국·유럽·중국에서 판매가 부진했는데도 일본·인도 등에서 발생한 수요를 발판 삼아 판매량 기준 점유율 19%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18%를 차지해 2위를 기록했으며 샤오미(14%), 비보·오포(각 8%) 등 중국 브랜드가 뒤를 이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IDC와 카날리스 조사에선 삼성전자가 애플을 앞섰다.

IDC 조사를 보면 삼성전자는 1분기에 6060만대를 출하했다. 출하량 기준 점유율 19.9%로 선두를 달렸다. 애플은 5790만대를 출하하면서 점유율 19%로 삼성전자를 추격했다. 이어 샤오미 13.7%(4180만대), 오포 7.7%(2350만대), 비보 7.4%(2270만대) 순이었다.

IDC는 애플이 미국 관세를 피해 재고 비축에 나선 영향으로 1분기 사상 최고 출하량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신작인 갤럭시S25 시리즈 출시와 중급형 최신 모델 갤럭시A36·A56 인기에 힘입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카날리스 조사에서도 애플보다 출하량 점유율 기준으로 2%포인트 앞선 20%를 기록해 1위를 달렸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점유율이 동일하지만 애플은 점유율이 2%포인트 늘렸다.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1분기보다 1~1.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IDC는 올 1분기 출하량이 3억490만대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업계 안팎에선 올 2분기에도 아이폰 출하량과 판매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앤서니 스카셀라 IDC 연구책임자는 "1분기 성장은 주요 제조업체 최신 모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증가와 잠재적인 가격 인상 전에 구매하려는 긴급성 때문이었다"며 "최근 발표된 스마트폰 관세 90일 유예 조치는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는 관세 재부과 가능성 전에 구매 기회를 포착할 수 있어 2분기 판매를 더욱 촉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관세 불확실성이 큰 만큼 미국 정부가 관세율을 발표하기 전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만간 아이폰을 포함한 스마트폰 제품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 관세율을 발표할 예정이다.

라이언 레이스 IDC 부사장은 "미국 스마트폰 브랜드의 초점은 유예 조치를 활용해 최대한 많은 물량을 생산하고 출하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며 "경제적 불확실성이 향후 몇 달 동안 소비자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앰버 류 카날리스 연구원은 "위험 노출을 줄이기 위해 벤더와 공급망 파트너들은 생산 기지 이전, 소싱 모델 재평가, 물류 최적화 등 다각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역학 관계는 2025년 전 세계 스마트폰 산업 전반에 걸쳐 수익성을 저해하고 계획 주기를 연장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