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증액 권리분석, 계약시점이 중요하다[이주현의 경매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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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저당권 설정뒤 보증금 증액분
임차인이 대항력 갖지 않지만
확정일자 아닌 계약일이 기준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
최근 한 아파트 경매에서 낙찰자가 잔금을 납부하지 못해 입찰보증금 약 80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입찰 전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물건으로 판단했지만, 낙찰 후 권리관계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내용을 발견해 잔금 납부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경매시장에서는 권리분석을 잘못해 입찰보증금 수천만 원을 포기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먼저 임차인 권리분석의 기본부터 살펴보자. 임차인은 말소기준권리보다 먼저 전입신고를 마치면 낙찰자에게 기존 임대차 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는 대항력이 인정된다. 여기에 확정일자를 받고 배당요구까지 하면 경매대금에서 우선적으로 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도 갖게 된다. 따라서 전입일과 확정일자는 임차인 권리분석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문제는 보증금이 증액된 경우다. 일반적으로 근저당권이 설정된 이후 보증금을 증액했다면 그 증액분은 낙찰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만약 근저당권 설정 이후에 늘어난 보증금까지 모두 인정한다면 낙찰금액이 낮아져 근저당권자가 예상치 못한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말소기준권리 이후 증액된 보증금은 배당받지 못하더라도 낙찰자에게 주장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조금 달랐다. 임차인은 2020년 1월 3일 전입신고를 마쳤고 최초 보증금은 2억 원이었다. 이후 보증금을 6억 원으로 증액하는 재계약을 체결했다. 말소기준권리인 근저당권은 2022년 4월 27일 설정됐고 증액된 4억 원에 대한 확정일자는 2023년 3월 28일에 받았다.

이 내용만 보면 증액된 4억 원의 확정일자가 근저당권보다 늦으니 낙찰자에게 대항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매각물건명세서를 살펴보면 임차인은 근저당권이 설정되기 전인 2021년 1월에 이미 보증금을 6억 원으로 증액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 존재했다. 즉 보증금 증액 시점은 근저당권보다 빨랐지만 확정일자만 늦게 받은 것이다.

결국 증액된 4억 원은 배당순위에서 근저당권보다 후순위가 되지만 증액계약 자체는 근저당권보다 먼저 체결됐기 때문에 배당으로 회수하지 못한 증액분에 대해서는 낙찰자에게 대항력을 주장할 수 있다. 즉 낙찰자가 임차인에게 별도로 4억 원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매각물건명세서에는 이런 권리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기존 낙찰자는 이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거나, 확인했더라도 증액 계약과 확정일자의 의미를 정확히 해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권리분석을 시도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AI는 자료를 정리하거나 정보를 찾는 데는 유용한 도구지만 표면적인 정보만으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최종 판단은 사람이 매각물건명세서를 꼼꼼히 확인하고 계약일, 전입일, 확정일자, 배당요구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려야 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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