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환자 중심 의료’ 정착되려면 입원 전담 전문의 더 늘려야

1 day ago 6

경태영 용인세브란스병원 입원의학과장(대한입원의학회장)

경태영 용인세브란스병원 입원의학과장(대한입원의학회장)

경태영 용인세브란스병원 입원의학과장(대한입원의학회장)
요즘 의료 정책이나 병원 운영을 이야기할 때 ‘환자 중심 의료’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30여 년간 내과의사, 입원의학과 의사로 일하면서 ‘내가 만일 환자라면 무엇을 원할까’ 고민할 때가 많았다. 주치의가 알기 쉽게 설명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해 빨리 회복시키는 것, 퇴원 뒤 같은 병이 재발하지 않게 돕는 것 등이 아닐까. 당연하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진료과 교수는 외래진료나 수술, 연구로 숨 돌릴 틈이 없다. 전공의 역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그렇다 보니 환자는 짧은 회진 시간 외에 의사를 만나기 어려웠다. 특히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 집단 사직이 이뤄지면서 의료 현장은 ‘환자 중심 의료’에서 더욱 멀어지게 됐다.

여기서 나온 정부 보완책이 ‘전문의 중심 병원’이다. 전공의는 교육 수련에 충실하게 하고, 치료 전 과정을 책임질 수 있는 전문의가 환자를 돌보도록 진료체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 핵심에는 입원 전담 전문의가 있다.

입원 환자를 돌볼 때는 질환 중증도나 동반 복합질환, 예기치 못한 상태 변화 등 다양한 변수에 직면한다. 병동에 상주하는 입원 전담 전문의는 그런 문제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다른 과 의사와 협진, 보호자 소통, 입·퇴원 조정 등을 총괄한다. 진료 연속성과 안전성을 높여 쾌유를 앞당기고 의료 질을 향상하는 역할도 한다.

의료 선진국에서는 입원 전담 전문의가 병원 의료 중심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미국은 종합병원의 75% 이상에서 6만 명 이상이 활동 중이다. 한국은 지난해 말 기준 70여 개 병원에서 근무하는 입원 전담 전문의가 375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 대형 병원에 몰려 있다.

대한내과학회에 따르면 300병상 이상 병원에서만 약 2200명의 내과 입원 전담 전문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해 의료기관 평가 기준에서 입원 전담 전문의 배치 항목이 빠졌다. 병원 경영진이 구인난을 호소하자 전문의를 더 뽑지 않아도 되도록 정부가 편을 들어줬다. 과거보다 후퇴했다. 입원 전담 전문의는 단순한 전공의 대체 인력이 아니다. 오히려 전공의에게 입원환자 진료에 필요한 종합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이전처럼 전공의에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환자를 맡긴 채 충분한 수련 시간을 주지 못한다면 우리 의료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 전 입원 전담 전문의들이 모여 대한입원의학회를 만들었다. 진정한 의미의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가려면 정부도 초심을 잃지 말고 제도 정착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환자 중심 의료’는 병원의 구조와 사람을 바꾸지 않으면 실현될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환자에게는 안전과 신뢰를, 의료진에게는 학습과 협력, 국민에게는 더 나은 의료 체계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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