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배우 이민호가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감독 김병우, 전독시)으로 10년 만에 스크린 복귀한 소감과 작품 선택 이유, 스크린 복귀까지 10년이란 오랜 세월이 걸린 이유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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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YM엔터테인먼트) |
이민호는 영화 ‘전독시’의 개봉을 앞두고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독시’는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가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판타지 액션이다. 글로벌 흥행한 인기 웹소설, 웹툰 지식재산권(IP)이 원작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더 테러 라이브’, ‘PMC: 더 벙커’를 연출한 김병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쌍천만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가 제작을 맡았다.
애플tv+ ‘파친코’ 등 해외 시리즈 참여를 비롯해 원조 한류스타로서 여러 국내 드라마에 출연해온 이민호는 영화로 관객들을 만나는 게 ‘강남 1970’ 이후 무려 10년 만이다.
이민호는 10년 만에 복귀한 영화로 관객을 만나는 소감을 묻자 “솔직히 많이 부담이 된다. 드라마보다 더 영화는 ‘관객수’란 더 명확한 평가가 있다 보니까 아무래도 뭔가 평가를 기다리는 느낌”이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스크린 복귀까지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도 밝혔다. 그는 “20대 때 저 혼자 생각한 지점이 있다. 내가 극장을 직접 간다고 가정했을 때를 돌이켜보니 ‘감정을 해소하고 싶거나 이야기의 깊이를 느끼고 싶을 때’ 가게 되더라”며 “그랬을 때 20대 배우가 나오는 작품보단 좀 더 깊이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 위주로 찾아보다 보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연스레 20대 때는 영화 출연을 조금은 멀리하고 30대부터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 오랜 기다림 끝에 선택한 작품이 ‘전독시’였던 본인만의 이유도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물론 어느 세계에서나 개인화되고 고립된 사회로 우리의 현실이 가는 느낌을 받았고 이 작품 안의 이야기가 그런 점에서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작은 사회처럼 느껴졌다”며 “그 안에 여러 인간 군상이 나오고 인간들이 모였을 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좋은 메시지를 주는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출연을 결정했다”고 떠올렸다.
다만 유중혁 캐릭터를 연기하는 과정엔 상당한 내적 어려움이 있었다고도 토로했다.
이민호는 ‘전독시’에서 주인공 김독자가 10년간 읽어왔던 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멸살법)의 주인공인 ‘유중혁’ 캐릭터를 맡았다. 유중혁은 김독자가 읽은 소설 속 세계관에서 무한 회귀능력을 바탕으로 멸망한 세계의 시나리오의 미션을 엄청난 파워로 풀어나간다. 하지만 시나리오 퀘스트를 꿰는 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동료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 안에서 자신 홀로 회귀해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며 권태로움과 고독을 느낀다. 그 결과 소설 속 결말에선 유중혁 혼자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고, 김독자는 소설의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바꾸고 싶어하는 의지를 내비친다. 또 유중혁은 이 작품의 원작 설정에서부터 누가봐도 주인공같은 멋진 절세 미남의 외모와 누가 봐도 주인공인 두뇌와 능력을 갖춘 캐릭터다.
이민호는 “그런 점이 연기하며 가장 큰 허들이었다. 유중혁은 캐릭터 자체가 원작에서부터 갖고 있는 상징성이나 의미가 워낙 큼을 알고 있었다”라며 “그런 기대들에 스스로 부합하기에는 너무나 부담스러운 캐릭터로 느껴진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캐릭터와 자신의 싱크로율을 제가 스스로 판단하기보단 관객들께서 ‘어느 정도 이정도면 됐다’는 평가만 해주셔도 감사할 거 같다”고 바람을 전했다.
반면 김병우 감독은 이런 판타지스럽고 극적인 대사를 구사하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인물은 이민호밖에 없었기에 캐스팅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이민호는 “그 전에 출연했던 작품들은 원작이 있고 만화스러운 캐릭터였어도, 캐릭터를 뒷받침하는 서사가 병행됐었다”라며 “이 작품은 캐릭터가 큰 서사를 보여주는 부분이 없다 보니 연기할 때 그런 점이 많이 고민됐다. 결국 이 세계관의 설득력은 유중혁이란 인물을 통해 대변돼야 하다 보니 그런 것들을 좀 신경썼다”고 연기 과정을 회상했다.
김 감독의 캐스팅 이유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도 전했다. 그는 “저는 작품하는 과정에선 한번도 캐릭터의 설정이나 대사에 오글거림을 느낀 적이 없다”며 “이번 작품도 오글거리는 게 있었나? 아직은 그런 생각이 든다”는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또 “주변에서 유중혁이 멋지다고들 하시는데 저는 대본 읽으실 때 이게 멋있나 싶었다. 저는 늘 이야기한 게 캐릭터가 처절해야 한다고 감독님께 많이 이야기했다”라며 “유중혁은 반드시 처절함이 묻어나는 캐릭터여야만 하고 처절함이 더 느껴질수록 이 작품에 설득력을 줄 수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제일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전독시’는 2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