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K, 대륜 등 네트워크 로펌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가 이들 로펌의 공격적인 광고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 변협은 최근 광고 규정을 대폭 개정해 사실상 네트워크 로펌을 겨냥한 강도 높은 규제를 도입했다. 법조계에선 전국에 분사무소를 운영하며 대형화하는 네트워크 로펌과 변호사 징계 및 광고 규제권을 가진 변협 간 긴장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변협, 변호사 광고 규정 개정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공포했다. 지난 10일 공포된 개정안은 네트워크 로펌들이 주로 사용해 온 제3자를 통한 온라인 게시물 작성 의뢰를 비롯해 ‘전관’ 용어와 ‘최저 수임료’ 등의 표현 사용까지 광범위하게 제한했다.
서울에 본사를 두고 전국에 수십 개 분사무소를 운영하는 네트워크 로펌은 최근 수년간 막대한 광고비를 투입해 사건을 대량 수임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이들 로펌은 로스쿨제도 도입 이후 변호사가 급증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변협은 그동안 네트워크 로펌의 과도한 광고 집행으로 법조계 전체의 광고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변협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방변호사회를 비롯한 내부 의견을 수렴해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주사무소와 분사무소 외 다른 명칭을 사용하는 광고를 금지했다. 네트워크 로펌이 지역에서 ‘OOO센터’ 등을 앞세워 광고하는 관행을 막기 위해서다. 변호사가 아니라 전문위원 등을 대표급 직함으로 내세워 광고하는 것도 제한됐다. 변호사 보수와 관련해 ‘최저’ ‘원가’ ‘환불’ 등의 표현 또한 “공정한 수임 질서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 대상에 포함됐다.
제3자에게 온라인 게시물 작성을 의뢰하는 행위를 광고에 포함하도록 한 것도 개정안의 특징이다. 그동안 네트워크 로펌들은 블로거에게 비용을 지급하고 홍보성 게시물을 과도하게 작성하게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전관 변호사’ 마케팅도 금지된다. 신설된 제7조는 ‘전관’이라는 용어의 사용을 금지했으며 공직 재직 당시의 제복을 착용한 사진도 광고에 활용할 수 없게 했다. 변호사 간 출신이나 공직 경험을 비교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폭풍 성장…YK 매출 2배·대륜 60%↑
변협의 이번 조치는 급성장하는 네트워크 로펌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YK와 대륜은 지난해 각각 1547억원, 112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YK는 전년(787억원) 대비 두 배, 대륜은 60% 성장했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YK는 지평(1206억원)을 제치고 업계 7위로, 대륜은 9위로 올라섰다. 대륙아주와 동인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도 네트워크 로펌의 급성장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새로운 변협 회장의 취임으로 규제 수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취임하는 김정욱 신임 변협 회장은 이번 광고 규정 개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네트워크 로펌의 온라인 광고 독점을 막기 위해 포털사이트의 입찰 방식의 키워드 광고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특정 로펌을 겨냥한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변호사는 “이미 시장에서 자정된 광고 행태를 다시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친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한 네트워크 로펌 관계자는 “과거 여러 민원이 제기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며 기업형 로펌으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