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3조원 규모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통해 오는 10일(현지시각) 미국 나스닥 상장을 앞둔 SK하이닉스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ADR은 해외 기업의 주식을 현지 예탁기관에 보관하고 미국 은행이 발행한 증서로 미국 증시에서 달러로 매매할 수 있게 만든 주식예탁증서를 뜻한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 증권예탁증서(DR) 발행 결정 정정 공시를 통해 DR 발행 총액을 기존 약 45조4500억원에서 약 43조1400억원으로 정정했다.
SK하이닉스는 ADR 상장을 위해 전체 발행주식의 약 2.5%인 최대 1779만주를 신주로 발행할 예정이다. 청약일과 납입일은 14일 예정이고, 신주 DR의 상장예정일은 29일이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신규 상장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기업가치 재평가 여부가 주요 관심사다. 그간 SK하이닉스는 미국의 경쟁사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대비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SK하이닉스는 한국 증시에 상장돼 해외 투자자들이 거래 시간 차이와 환전 등 사고 파는데 제약이 있다는 점이 저평가된 배경 중 하나로 꼽혔다.
최근 한화투자증권이 블룸버그 전망을 바탕으로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이익비율(PER)은 TSMC 23.1배, 마이크론 11.2배, 키옥시아 10.6배로 나타났다. 반면, SK하이닉스는 6.6배 수준에 그쳤다. 해외 3사 평균과 비교하면 SK하이닉스는 약 56% 할인받고 있는 셈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과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각각 63조원, 265조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TSMC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약 270억달러(약 40조원), 키옥시아는 약 1조2980억엔(약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3분기 영업이익 약 52조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상장으로 글로벌 투자자 기반이 확대되면 밸류에이션 할인 폭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미국 시장에 직접 상장함으로써 마이크론 대비 낮았던 밸류에이션을 극복하게 되면 국내 주식에 적용되는 밸류에이션도 차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내 시장에서도 ADR 수준의 밸류에이션이 반영되면 추가 상승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디 저우 손버그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번 공모는 한국 주식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투자자를 겨냥한 것”이라며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은 AI 메모리 사이클에 대한 직접적이고 마찰 없는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다만 AI 메모리 반도체 업종이 과열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투자 재원을 채권과 주식시장에서 조달하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메모리 업황 호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관리회사 리버웰스 어드바이저스의 에드 오고먼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은 잠재적인 투기 버블에 발을 들여놓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미국 나스닥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국내 AI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에 투입할 예정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건설에 31조원,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에 19조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에 1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편,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또 한 번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올해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고 연결 기준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 분기 대비 각각 27.7%, 56.2% 증가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129.3%, 1810.3% 늘었다. 이에 업계는 메모리 업황 강세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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