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성장호르몬제 시장에서 30년 넘게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LG화학이 호르몬 치료 후 성장도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
LG화학은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럽소아내분비학회·유럽내분비학회에서 ‘AI 기반 성장 예측 모델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고 28일 밝혔다. 심영석 아주대병원 교수, 정지연 LG화학 DX팀 책임 등이 연구에 참여했다.
저신장증 아이들에게 성장호르몬 치료를 할 땐 투여 후 키 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등을 예측하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미국 화이자가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하지만 해외 환자 데이터가 주로 포함돼 한국 아이들에게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LG화학은 국내 저신장증 환아 3045명의 치료 데이터를 활용해 AI 모델을 구축했다. ‘한국형’ 예측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번에 개발한 AI 모델과 AI를 쓰지 않은 기존 통계 모델 간 성장 예측 결과를 비교했더니 AI 모델 예측치는 치료 1년차 성장치와 평균 1.95㎝가량 오차를 보였다. 기존 통계 모델 오차는 3~4㎝ 정도다. 학회 발표를 맡은 심 교수는 “저신장증 아이들의 성장호르몬제 치료 효과를 가늠하기 위한 진료 현장 수요가 계속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고도화 작업 등을 거쳐 의료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상용화 버전으로 AI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 40% 이상인 성장호르몬제 유트로핀과 함께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