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라고 주문하자 정부 주도 포용금융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제시한 두 석학이 주목받고 있다. 정보 비대칭성 시장에 관한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와 유명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1981년 금융회사가 일부 차주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은행이 대출 신청자의 실제 위험을 완벽하게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금리가 높아지면 고위험 차입자만 몰릴 수 있으므로 손실을 피하기 위해 대출 한도나 심사 기준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이 언급한 ‘도넛형 금융시장’은 은행이 어떤 사람들에게 일부러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는 차별적인 행동이 아니라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금리를 너무 높게 올리면 신용도가 낮거나 급한 사람만 신청하게 될 것이므로 오히려 은행이 더 큰 위험을 감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스티글리츠는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와 함께 시장이 스스로 메우지 못하는 자리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채워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시장 경제의 균형점에는 나쁜 균형도 좋은 균형도 있으므로 시장에 개입하거나 제도를 변경해서 좋은 균형을 유도해야 한다는 논리다. 정부가 나서서 신용 공급을 보장하고, 고금리의 약탈적 금융으로부터 서민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퍼거슨 교수는 시장이 못 메운 자리를 정부가 억지로 채우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시장 개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8년 <금융의 지배>라는 저서에서 “정부가 모두에게 집을 갖게 하려고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돈을 빌리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주택담보대출이 풀렸고, 그 거품이 터지며 가난한 동네부터 무너졌다는 것이다. 좋은 정책이라도 위험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면 결국 더 큰 비용이 약자에게 돌아온다고 경고한 셈이다. 정부가 은행에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라고 압박하는 방식이 잘못 작동했을 때 그 짐을 누가 질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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