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재개발 길고양이 구조 사업
한남뉴타운 일대서 한 달 새 19마리 구조
입양처 구한 뒤 구조 작업 진행하지만
임시보호처도 부족해 구조 작업 더뎌
‘용산캣츠’ 사이트 통해 입양 신청 가능
19일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재개발 지역 일대 길고양이 구조 현장에서 만난 시민봉사자 김성래 씨(58)가 말했다. 김 씨는 다른 “30년 넘게 이곳에서 살며 밥을 챙겨온 고양이들이 굶지 않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용산구는 재개발·재건축으로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인 길고양이들을 구조하고 입양까지 연계하는 ‘길고양이 입양 지원사업(TNA·포획, 중성화, 입양)’을 지난달부터 시행 중이다. 구조 활동은 민간 자원봉사자와 구청이 함께한다. 구조된 고양이는 임시보호 또는 입양을 통해 새 삶을 찾게 된다.
●삶의 터전 잃을 고양이 최대 200마리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웬만해선 낯선 곳으로 이동하려 하지 않는다. 이미 다른 개체가 서식 중인 곳엔 방사하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입양처를 먼저 확보한 뒤 자원봉사자가 구조 대상 고양이를 선정하고, 구청이 포획과 중성화 수술, 백신 접종, 혈액검사, 동물등록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입양할 고양이는 봉사자들이 고양이의 건강상태과 성격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용산구 관계자는 “서울시 조례에서는 재개발지역의 길고양이에 대해 ‘노력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한남 재개발 구역 길고양이들의 입양 시 중성화 수술과 혈액검사, 동물등록, 전염병검사, 구충, 백신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양·임시보호처는 턱없이 부족문제는 입양과 임시보호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길고양 포획 후 중성화해 다시 제자리 방사(TNR·포획, 중성화, 방사)하는 방식도 있지만, 재개발 구역에서는 고양이가 원래 장소로 돌아갈 수 없어 입양만이 유일한 대안이다.현재 구조팀은 약 60여 마리의 고양이에게 사료를 공급하며 관리 중이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 재개발 지역 유리창, 고철 등 세대 내부 철거 작업이 시작되면 고양이들이 안전하게 머무를 공간은 점점 줄어든다. 용산캣츠 대표인 고양이 구조 활동가 줄리 씨는 “임시보호처조차 없으니 고양이들이 어딨는지 수색하더라도 구조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시간은 적고 아이들은 너무 많다보니 입양처를 구하는 것이 정말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는 입양을 희망하는 시민이 있을 경우에만 구조 작업을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양이 입양 및 임시보호 신청은 ‘용산캣츠’ 홈페이지(yongsancats.com)에서 가능하다. 이지원 용산보건소장은 “고양이 입양을 위한 예비 보호자가 있어야 구조 작업이 본격화된다”며 “소중한 생명들이 새 삶을 찾을 수 있도록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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