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진 통상 마찰…"마이스, 글로벌 교역 '완충재'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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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현 코엑스 대표이사 사장 인터뷰
경제적 실리만 좇는 시장 개척 경계하고
기존 방식 벗어나 플랫폼 기능 강화해야
B2B 전시컨벤션 수요 위축 불기피하지만
新공급망 구축 판로개척 수요는 기회요인
'친환경·현지화' 등 B2B 콘텐츠 재구성 중
굿플랜·엑스페이스 고도화 새 먹거리 계획...

  • 등록 2025-06-04 오전 6:00:34

    수정 2025-06-04 오전 6:03:59

조상현 코엑스 사장은 2일 이데일리 관광·마이스 뉴스팀 더 벨트(The BeLT)와의 인터뷰에서 전시컨벤션 등 마이스(MICE)를 글로벌 교역시장에서 통상마찰을 미연에 방지하는 ‘완충재’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전시컨벤션 등 마이스를 국산 제품을 해외에 내다파는 수출 증진, 외국인 참가자나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인바운드 개념으로만 보지 말고, 통상 마찰 등 글로벌 교역의 ‘완충재’로 활용도를 넓혀야 합니다.”

조상현(사진) 코엑스 사장은 2일 이데일리 관광·마이스 뉴스팀 더 벨트(The BeLT)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교역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에 맞춰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의 쓰임새를 다양하게 가져가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과거처럼 무조건 수출을 늘리기 위한 시장 개척의 수단으로만 활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세계 10대 수출국’으로 언제고 닥칠지 모를 통상 마찰에 대비해 B2B 전시컨벤션 행사를 고도의 무역통상 전략을 펼치는 도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교역 관계에 있는 195개 국가 중 일본, 독일 등 무역 역조 관계에 있는 10여 개 국가를 빼고는 대부분이 한국산 수출이 수입보다 많은 무역 흑자국들입니다. 자칫 당장 눈앞에 놓인 경제적 실리만 좇다간 국제 무대에서 과거 일본처럼 ‘이코노믹 애니멀’(경제적 동물)이라는 비아냥과 함께 견제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코노믹 애니멀’(economic animal)은 1960~1970년대 경제 호황을 누리던 일본에 붙여졌던 비아냥 섞인 표현이다. 당시 일본과 교역 관계에 있던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초고속 성장기에 있으면서도 주변 상황 변화나 교역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 없이 자신들의 경제적 이득만 좇는 일본을 이렇게 부르며 경계했다.

조 사장은 “새로운 판로 개척, 수출 증진이 당연히 필요하고 계속 가져가야 할 목표라 하더라도 적어도 대외적으로 흑자를 누리고 있는 교역 대상에 무분별하게 ‘시장 개척’이라는 단어를 쓰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4년 경력 국제 무역통상 전문가인 조상현 코엑스 사장은 미국발 고관세 여파로 산업 전시·박람회 등 B2B 행사에 대한 기업, 바이어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지만, 새로운 공급망과 판로 구축 수요가 늘면서 기회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노진환 기자)

고관세 시대 B2B 플랫폼 기능 강화해

지난 3월 말 코엑스 제20대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조 사장은 34년 경력의 국제 무역통상 전문가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원에서 물류시스템공학과 무역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코엑스로 적을 옮기기 전까지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서 동향분석실장, 원장을 지내며 무역통상 동향을 살피고 분석하는 업무를 맡았다.

조 사장은 마이스 4개 분야 중 코엑스의 주력 분야이기도 한 전시·박람회를 무역통상의 전략적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양한 국적의 기업, 바이어가 모이는 ‘마켓 플레이스’인 전시·박람회에 무역 역조 관계에 있는 국가의 제조·서비스기업 참여를 늘려 판로 확대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흑자 교역 상대를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이 과정에서 해외 기업과 바이어 참여가 늘면서 교역국을 상대로 수출 외 외화 수입을 늘리고, 요원하기만 했던 국내 산업 전시·박람회의 ‘국제화’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조 사장은 “이상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지만 최근 통상 마찰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글로벌 교역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면밀한 검토와 과감한 시도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조상현 코엑스 사장은 이데일리 관광·마이스 뉴스팀 더 벨트(The BeLT)와의 인터뷰에서 “고관세 시대에 산업 전시·박람회가 새로운 공급망과 판로를 찾는 수단이 되려면 이벤트성 쇼케이스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해 실질적인 성과와 기회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플랫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노진환 기자)

최근 국내외 교역 시장의 최대 화두인 미국발 고관세 위기 상황에 대해선 마이스 시장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율 관세 부과로 대미(對美)는 물론 글로벌 교역 환경이 급변하면서 산업 전시·박람회 등 B2B 행사에 대한 기업과 바이어의 쌍방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단기적으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공급망과 판로 구축 수요가 늘면서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무역통상 전문가의 관점에서 전시·박람회가 새 공급망과 판로를 찾는 수단이 되려면 실질적인 성과와 기회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플랫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 많은 기업과 바이어를 모아 행사 몸집만 불리는 전략으로는 성장은 고사하고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여러 제품과 기술을 모아놓고 공급자와 수요자를 이어주는 기존 방식만 고집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조 사장은 “다양한 이해 관계자를 ‘연결’(connect)하고 최신 정보와 기술을 ‘공유’(share)하는 이벤트성 쇼케이스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해 확실한 ‘성장’(growth)의 기회를 제공하려면 현재는 물론 미래 트렌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 ‘글로벌 무역 리스크 대응’ ‘공급망 리질리언스(회복력)’ ‘친환경·현지화 생산 전략’ 주제의 세미나·콘퍼런스를 개발하며 전시컨벤션 콘텐츠 재구성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조상현 코엑스 사장은 내년 설립 40주년을 맞아 ‘프리미엄 코엑스’라는 새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사진=노진환 기자)

내년 40주년 ‘프리미엄 코엑스’ 비전 제시

내년 40주년을 맞아 준비 중인 ‘프리미엄 코엑스’ 새로운 비전 제시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조 사장은 이름 자체로 강한 신뢰감을 주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명품 브랜드처럼 ‘코엑스’ 브랜드 자체에 ‘최고’, ‘압도적 1위’라는 인식을 심는 게 목표라고 했다.

프리미엄이라는 단어가 갖는 모호함,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만을 추구하려 한다는 오해를 경계하려는 듯, 현재 사업들과 조직을 새로운 관점에서 진단하는 것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는 설명을 더했다. 다목적 공간인 더 플라츠 개관과 함께 도입한 친환경 부스 시스템 ‘굿 플랜’, 센터 기능을 미디어 플랫폼으로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 ‘엑스페이스’를 고도화해 새 먹거리로 삼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조 사장은 “코엑스의 지난 40년은 도심에 있어 편리하고 많은 볼거리, 즐길 거리로 유동인구가 많아 행사를 열기 좋은 곳이라는 ‘로케이션의 역사’였다”며 “남은 3년 임기 동안 단기 실적보다 앞으로 다가올 40년간 어떤 환경 변화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강한 코엑스가 되기 위해 필요한 밑그림을 제대로 그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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