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처럼) 잘하는 선수들은 연봉 많이 받아야 한다. 성격상 자만하거나 그런 것 없이 자기 준비 잘해 올 시즌도 지난 시즌에 걸맞는 성적을 내지 않을까.”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이 김도영을 향해 변함없는 믿음을 보냈다.
이 감독과 더불어 일부 KIA 선수들은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으로 출국했다. 25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어바인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진행하는 이들은 이후 일본 오키나와로 넘어가 2월 21일부터 3월 4일까지 연습경기 위주로 꾸려진 2차 캠프를 가질 예정이다.
KIA는 지난해 너무나 찬란한 시기를 보냈다. 87승 2무 55패로 정규리그 정상에 선 뒤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마저 격파하며 V12를 달성했다. 이범호 감독의 ‘형님 리더십’과 더불어 선수들의 고른 활약이 더해진 결과물이었다.
특히 김도영은 큰 존재감을 드러냈다. 2022년 1차 지명으로 KIA의 부름을 받은 뒤 2023년까지 187경기에서 타율 0.277 10홈런 66타점 38도루를 올린 김도영은 지난해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발돋움했다. 141경기에 나선 그는 타율 0.347(544타수 189안타) 38홈런 40도루 109타점 143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067을 작성, KIA의 공격을 이끌었다.
공을 인정받은 김도영은 연봉 협상에서도 대박을 쳤다. 지난 시즌 연봉(1억 원)보다 4억 원 인상된 5억 원에 도장을 찍은 것. 이는 KBO리그 역대 4년차 연봉 최고액으로, 종전 4년차 연봉 최고액인 이정후(당시 키움 히어로즈·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3억9000만 원보다 1억1000만 원을 뛰어 넘는 금액이다.
출국 전 만난 이범호 감독은 이런 김도영을 향해 “잘하는 선수들은 연봉 많이 받아야 한다. 성격상 자만하거나 그런 것 없이 자기 준비 잘해 올 시즌도 지난 시즌에 걸맞는 성적을 내지 않을까”라며 굳은 믿음을 보냈다. 또한 그는 올 시즌 구상도 밝혔다.
다음은 이범호 감독과의 일문일답.
Q. 감독으로 스프링캠프 출국은 처음이신데. 참고로 이범호 감독은 지난해 스프링캠프 도중 감독으로 선임됐다.
- 매번 똑같은 것 같다. 어떤 자리에서, 어떤 위치에서 가든 스프링캠프를 가는 자체가 설렌다. 가서 어떻게 준비를 해야 되나 고민 중이다. 파트 코치였을 때도, 감독이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잘 준비할 것이다. 선수들 안 다치고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Q. 캠프 구상을 어떻게 하고 계신지.
- 하던 대로 선수들이 잘 준비를 했을 거라 생각한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매번 보고 왔다. 선수 개개인이 어디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는지 미디어를 통해 다 접하고 있었다. 12월~1월에 야구장을 많이 나갔는데 선수들이 개개인적으로 준비를 매우 잘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급하게 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최대한 부상 안 당하는 몸을 만들고 오키나와로 넘어가는 준비가 첫 번째라 생각한다. 투수들도 따뜻한 곳에서 (공) 개수를 지켜가며 차근차근 준비시킬 생각이다.
Q. 재활 중인 이의리가 캠프 명단에 포함됐다.
- 이의리는 피칭을 해야 하는 단계다. 피칭을 해야 3~4월부터는 퓨처스(2군)리그에서라도 선발 로테이션을 돌면서 공 개수를 늘릴 수 있다고 트레이닝 파트에서 이야기했다. 지금부터는 투수 코치가 옆에서 봐주면서 피칭을 들어가야 하는 시기다. 스프링캠프를 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 판단해서 그렇게 준비시켰다.
Q. 2025 신인 중 우완 김태형이 유일하게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 김태형 같은 경우는 우리가 데려가서 준비를 시켜야 되는 선수다. 선발 로테이션이 5명만으로 한 시즌 내내 갈 수 없다. 6~7번째 선수들을 만들어 놔야 한다. 김태형의 능력치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 봐야 한다. 한 축을 맡을 수 있으면 우리 팀 미래가 밝아지는 것이다.
Q. 장현식이 LG 트윈스로 이적했지만, 조상우를 영입했다. 마무리 투수를 포함해 불펜진 구상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
- (정해영이 버티고 있는) 마무리 투수는 웬만하면 안 바꾸려 한다. 부상 선수가 발생할 수 있지만, 틀 자체는 지금 틀을 유지하려 한다. 조상우, 정해영의 기용에 대해 코치님들과 이야기를 나눠 볼 것이다. 조상우와도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아직 시간이 있고 천천히 정해도 된다.
Q. 선발투수 경쟁이 치열하다. 탈락한 선수는 어떤 방식으로 기용하실 생각이신지.
- 고민 중이다. 퓨처스리그에 쓰기에는 가지고 있는 능력치가 아까운 투수들이다. 5선발이 정해지더라도 한 선수 같은 경우는 1군에 데리고 있으며 롱릴리프로 선발을 쓸 수 있는 몸을 유지시키면서 기용해야 하지 않을까.
Q. 가장 고민되는 포지션은 어디이신지.
- 외국인 타자가 (소크라테스 브리토에서 패트릭 위즈덤으로) 바뀌었다. (외국인 타자가 담당하고 있던) 포지션도 외야에서 내야로 바뀌었다. 이런 부분들을 스프링캠프 넘어가서 중점적으로 준비시켜야 하지 않을까. 위즈덤이 1루수를 보는데 어느 정도의 능력을 지녔는지 체크해 봐야 한다. 위즈덤이 잘해주면 최고지만, 만약 초반에 안 좋았을 때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외야수를 어떻게 준비시켜야 할 지도 고민해야 한다.
Q. 위즈덤의 타순은 어디인지.
- 스프링캠프 가서 봐야 할 것 같다. (김)도영이 뒤에 클러치 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배치되야 한다. (도영이가) 출루도 많이 하고 잘 뛴다. 4번에 위즈덤을 배치하면 투수들이 공격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4~6번이 맞다 생각한다. 타점을 가장 많이 올릴 수 있는 선수가 도영이 뒤에 있는게 유리하다. (위즈덤이) 홈런은 많이 칠 수 있는 선수이지만, 야구에서는 홈런 말고 다른 쪽으로 점수 내야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생각하면서 준비하겠다.
Q. 위즈덤은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타자다.
- 우리나라에 와서 뛰기 시작해 한 달 정도면 적응하지 않을까.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다. 구속이 10km 정도 차이 난다. 그 정도면 금방 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나이가 아직 30대 초반이다. 타격을 가장 잘할 나이다. 크게 걱정은 안 한다. 잘 칠 것 같다. (지난해 뛰었던 외국인 투수인) 제임스 네일과 굉장히 친하다 들었다. 잘 적응시켜 줄 것이다. 가족들도 다 넘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적응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Q.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지원 속에 선수단 전원이 비즈니스석을 타고 미국을 왕복한다.
- 선수들이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탈 때는 모를텐데 내리면 알 것이다. 안 타봤으니 모르는건데 내리면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선수들에게도 캠프 가서 우승하면 또 비즈니스석을 탈 수 있다는 말을 첫 번째로 할 것이다. 선수들이 많은 것을 느끼는 캠프가 되지 않을까. 거기에 걸맞는 성적을 내야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될 몫이다.
Q. 두 시즌 연속 우승한 팀이 많지 않다.
- 우승하고 난 뒤 그 다음 해에 좋은 성적이 안 나는 것이 행사 때문은 아닌 것 같다. 마음가짐을 어떻게 준비하고 유지시키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중간 투수들, 선발 투수들이 큰 경기에서 많이 소진되며 안 좋은 성적이 날 수 있다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불펜투수들에게 최소 이닝을 던지게 했다. 선발투수들도 작년에 (양)현종이만 170이닝(171.1이닝)을 넘겼다. 제임스 (네일) 같은 경우도 150이닝(149.1이닝)이다. 다른 투수들도 해줄 수 있는 능력치보다는 최소한의 이닝을 던졌다. 그런 부분에서는 문제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년 정도의 퍼포먼스는 우리 팀 선수들이 충분히 내줄 거라 생각한다.
- 저도 올 시즌은 기대를 하고 있다. 훈련은 충분히 했다. 넘어가서 또 충분히 하면 된다. 작년에 한국시리즈도 빨리 끝나 선수들도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 저와 김선빈, 김도영 등 몇몇 선수만 바빴다. 다른 선수들은 개인적으로 준비를 잘했으니 별 문제 없을 거라 생각한다.
Q. 양현종의 투구 이닝 관리 계획은 어떻게 되나.
- 양현종은 이의리가 복귀하는 7∼8월 정도에 조금 쉴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이라도 양현종이 힘들어하면 (선발 로테이션에서) 한 번 빼줄 수 있다. 워낙 성실하고 자기 관리를 잘하는 선수라서 6월까지는 체력적으로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양현종이든, (4선발) 윤영철이든 5선발이든 이의리가 돌아오면 휴식을 취하면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할 수 있다.
Q. 최형우는 올해가 계약 마지막 해인데, 활용 방안은.
- 똑같다. 지명타자로 활용한다. 4번으로 쓸지, 6번으로 쓸지는 봐야 한다. 지난해에 올렸던 성적 정도는 올해도 충분히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Q. 김도영이 연봉 5억 원을 받았다.
- 잘하는 선수들은 연봉 많이 받아야 한다. 더 많은 돈을 받고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으면 저 개인적으로도, 그리고 많은 분들이 만족하시지 않을까. 구단에서도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나고 앞으로 가라는 의미로 2020년 당시 이정후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줬다. 성격상 김도영이 자만하거나 이런 것 없이 자기 준비 잘해 올 시즌도 지난 시즌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도 김도영이 좋은 선수로 갈 수 있도록 옆에서 잘 도와줄 것이다.
Q. 김도영 타순은 어떻게 구상하고 계신지.
- 3번 타순을 생각 중이다. 김도영은 작전 수행 능력이 좋고 발이 빠르다. 모든 면이 훌륭한 선수다. 2번보다는 3번에 놔둬야 팀이 강해질 것이다. 1, 2번은 선수 능력과 컨디션 등을 고려해 배치할 생각이다.
[인천국제공항=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