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상처 하나에 '관리 차원' 선발 제외라니, 8년차 LG 기대주는 어떻게 '특별 보호' 대상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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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 대 롯데 자이언츠 경기가 지난 3월 2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송찬의가 6회말 1사에서 좌월 1점 홈런을 날리고 홈인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데뷔 8년 차를 맞이한 LG 트윈스 외야수 송찬의(26)가 뜨거운 타격감으로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송찬의는 화곡초-선린중-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2018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7라운드 67순위로 입단했다. 빠른 배트 스피드와 장타력이 강점인 내야수로 평가받았고 군 제대 후인 2021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했고 그 정점이 2022년 시범경기였다. 당시 송찬의는 12경기 타율 0.282(39타수 11안타) 6홈런 10타점, 출루율 0.317 장타율 0.795로 시범경기 홈런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그러나 정규시즌에서는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고 3년 동안 1군 62경기 출장에 그쳤다. 그 기간 1군 성적은 62경기 타율 0.181(105타수 19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581.

하지만 올해는 시작이 좋다. 지난 3년의 방황이 헛된 시간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듯 타석에서 참을성 있는 모습으로 차츰 출루 횟수를 늘려갔다. 그 결과 개막 엔트리에도 승선, 정규시즌 7경기 타율 0.364(22타수 8안타) 1홈런 2타점, 출루율 0.440 장타율 0.682 OPS 1.122로 LG 타선에 보탬이 되고 있다.

가장 달라졌다고 평가받는 부분이 타격 어프로치다. 지난 3년간 송찬의의 삼진 비율은 29.8%에 달했다. 같은 기간 볼넷 비율은 7.4%로 자신만의 스트라이크존이 정립되지 않은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올해는 비록 표본은 작지만, 볼넷 비율 7.7% 삼진 비율 19.2%에 많은 안타를 생산해내고 있다.

LG 송찬의. /사진=김진경 대기자
LG 송찬의(오른쪽). /사진=김진경 대기자

대표적인 장면이 지난달 25일 류현진(38·한화)과 맞대결이었다. 송찬의는 '체인지업 마스터'로도 불리는 류현진을 상대로 첫 타석에선 3루수 땅볼로 물러났으나, 두 번째 타석에서는 좌중간 외야를 가르는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최근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송찬의는 "류현진 선배님의 체인지업이 직구와 정말 너무 똑같이 와서 놀랐다. 원래 빠른 공에 타이밍을 맞췄는데 체인지업이 와서 헛스윙하고 웃음이 났다. 공의 회전도 직구랑 똑같이 와서 방망이 휘두를 때가 돼서야 공이 떨어진다"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안타 때도 사실 체인지업이 아닌 직구에 방망이가 나갔는데 첫 타석보단 공이 조금 높아서 맞았던 것 같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이어 "전에는 치려는 욕심이 많았다. 나만의 스트라이크존도 확실하지 않았고, 들어오면 놓치지 말자는 생각에 강하게만 돌렸다. 하지만 이젠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이다 보니 내 것을 확실하게 가져가고 칠 수 있는 공만 치려고 하다 보니 결과가 괜찮은 것 같다. 이젠 전처럼 막 덤비는 게 없어지니까 내 공도 잘 보이는 것 같다"고 달라진 접근법을 설명했다.

현재 좌익수 김현수, 중견수 박해민, 우익수 홍창기가 주전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송찬의, 문성주, 문정빈 등 주전못지않은 백업들이 베테랑들의 빈자리를 메워준다면 LG 타선은 그야말로 쉬어갈 틈이 없다.

이렇듯 눈에 띄는 성장세에 송찬의는 더 이상 단순한 백업 자원이 아닌 시즌 성적을 위해 관리해줘야 할 특별 관리 대상으로 거듭났다. 개막 후 3경기 연속 선발 출장하던 송찬의가 처음으로 벤치에서 시작한 지난달 26일 잠실 한화전이 대표적이었다.

LG 송찬의. /사진=김진경 대기자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 대 롯데 자이언츠 경기가 지난 3월 2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송찬의가 6회말 1사에서 좌월 1점 홈런을 날리고 홈인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당시 염경엽 감독은 "송찬의가 전날(3월 25일) 도루 과정에서 코에 글러브가 스쳐 작은 상처가 났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 빼줬다. 이젠 (송)찬의가 보호 차원에서 빼줘야 하는 선수가 됐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송)찬의가 3경기에서 잘해준 게 엄청나게 크다. 그 3경기뿐 아니라 한 시즌 전체를 운영하는 데도 엄청나게 큰 부분"이라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수년간 쌓은 1군 경험도 무시 못 했다. 송찬의는 꾸준히 타 구단에서 트레이드 문의가 있었던 선수다. 하지만 LG는 그 가능성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고 기회를 줬다.

송찬의는 "사실 이전에는 나 혼자 힘든 게 많아서 형들에게 많이 다가가지 못했다. 가까이서 지내보면 형들이 운동도 정말 많이 하고 배울 점이 많다는 걸 느낀다. 왜 이 형들이 지금까지 커리어를 이어오는지 알 것 같았다. 올해는 조금 다르게 시즌을 준비하면서 형들에게 이것저것 질문하고 모든 걸 배우려고 하는데, 형들도 그런 점을 좋게 봐주는 것 같다. (김)현수 형, (박)해민이 형, (홍)창기 형, (오)지환이 형, (박)동원이 형 모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진심을 전했다.

이어 "사실 2년 전부터 꾸준히 성적이 안 좋아, 올해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 코치, 형들뿐 아니라 팬분들도 정말 꾸준하게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요즘 정말 야구를 하면서 행복한 것도 많고 감사한 분도 많다.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좋아해 주는 분들이 많다고 느꼈기 때문에 앞으로 기복을 줄이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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