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창작 뮤지컬 ‘라이카’ 초연
인류 첫 우주 탐사견 실화 바탕
‘어린왕자’ 인물 등 볼거리 풍성
그리고 약 한 달 뒤인 11월 3일엔 스푸트니크 2호를 발사했다. 그런데 이 우주선 안에는 강아지 ‘라이카’가 있었다. 러시아 연구자들이 우주 공간에서 생물체가 적응할 수 있는지 실험하기 위해 강아지를 태워 보낸 것이다.
지난달 14일부터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초연하고 있는 국내 창작 뮤지컬 ‘라이카’는 인류 최초의 우주실험견인 라이카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이다. 뮤지컬계에서 ‘한이박 트리오’라 불리는 극작가 한정석, 작곡가 이선영, 연출가 박소영의 작품이라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극 중 라이카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왕자’ 속 행성 B612에 불시착한다. 라이카가 인공위성 발사 7시간 만에 우주선의 고온과 진동 등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실제와는 다르다.B612엔 바오바브나무와 장미, 그리고 더 이상 어리지 않은 ‘왕자’가 있다. 그곳에서 라이카는 인간처럼 두 발로 걷고, 복잡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난다. 관람 전 ‘어린왕자’를 읽고 가는 것을 추천할 정도로 어린왕자에서 모티브를 얻은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다만 왕자는 모종의 이유로 인간을 혐오하게 됐다. 우주를 떠돌면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를 간직하고 있는 라이카와 다르다. 왕자는 “못된 인간들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며 라이카에게 복수를 제안한다. 이후 둘의 대립과 라이카의 감정 변화가 본격화되며 인간다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이 던져진다. 인간은 서로 싸우고, 환경을 망가뜨리고, 다른 생물들에게 해가 되는 존재라고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넘버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
기교 없는 직유가 단순하거나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라이카라는 설득력 있는 주인공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라이카가 실험견으로 선발된 것은 온순하고 인간을 잘 따랐기 때문이었다. 인간은 당시 기술력으로는 라이카를 지구로 귀환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실험을 감행한다. 인간에게 배신당하면서도 신뢰를 잃지 않던 라이카가 좌절할수록 인간의 잔인함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처음에는 동화적이었던 무대 분위기는 점차 ‘잔혹동화’처럼 변한다. 극 초반 ‘인간처럼’ 걷고, 생각할 수 있다고 기뻐하던 라이카는 ‘인간처럼’ 똑같이 복수하겠다고 절규한다. 라이카의 주인을 닮은 로봇 ‘로케보트’의 코믹함과 서늘함을 오가는 연기도 흡인력 있게 느껴진다.라이카에게 자존감을 알려주는 ‘장미’는 어린왕자 원작에서 수동적인 존재로 등장했던 것과는 다르게 변주돼 재미를 준다. 이 밖에도 “바오바브”라는 대사만 외치는 바오바브나무들의 귀여운 연기, 별의 궤도를 상징하는 원형 무대 세트, 아기자기한 안무까지 여러모로 눈이 즐거워진다. 5월 18일까지.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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