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살리는 기금…'느림보 처리'가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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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이재명 정부가 코로나19로 빚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의 재기를 돕기 위해 새출발기금에 700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 원금 감면율을 최대 90%로 높이고 상환기간도 20년으로 늘려 지원 폭을 넓히지만 신청이 몰려도 느린 처리 속도와 까다로운 심사 절차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일 31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의결하면서 새출발기금에 7000억원을 추가 배정했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채무를 감면해 신용회복을 돕는 정부 채무조정 프로그램으로 2022년 10월부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가 공동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새출발기금을 활용한 저소득 자영업자 지원 폭을 대폭 넓힌다. 중위소득 60% 이하, 총채무 1억원 이하 무담보 채무를 보유한 소상공인은 기존 60~80% 수준이던 원금 감면율이 최대 90%로 상향한다. 분할상환 기간도 최대 10년에서 20년으로 두 배 늘어난다. 지원 대상도 기존 2024년 11월까지 창업한 소상공인에서 2025년 6월까지로 확대했다. 이미 약정을 맺은 신청자에게도 개선안을 소급 적용해 추가 감면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약 10만 1000명이 새로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도덕적 해이 논란에 대해선 보완 장치를 충분히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새출발기금은 연체가 발생한 신규대출도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하지만 이는 현재는 버틸 수 있으나 상황이 악화할 수 있는 자영업자까지 돕기 위한 것”이라며 “연체 시 신용 불이익과 상환 독촉 등으로 고의 연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보유자산이 충분한 차주는 원금 감면이 제한되고 감면 후 은닉 재산이 드러나면 기존 채무조정은 무효 처리된다”며 “신청 전 6개월 내 발생한 채무가 전체 채무의 30%를 넘으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대상이 대폭 늘어나고 심사해야 할 부분이 늘면서 새출발기금의 ‘느림보 처리율’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도 채권 매입 과정에서 금융사별 정보 제출 방식이 제각각이고 차주 소득·재산 심사와 도덕적 해이 여부 검증 과정이 복잡해 실제 심사에 수개월 이상 걸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캠코와 신복위에 따르면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신청은 올해 5월 말 기준 누적 13만 1002명, 신청 채무액은 21조 1756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실제 약정을 체결한 차주는 총 7만 5226명(57.4%)으로 절반 수준이고 약정 체결 채무액은 6조 872억원(28.7%)에 불과하다.

특히 이 가운데 부실채권을 매입해 원금 약 70%까지 감면해 부담 경감 효과가 큰 ‘매입형’은 3만 5331명(26.9%)이 약정을 체결하는데 그쳤다. 채무원금은 3조 1449억원(14.8%)뿐이다. 반면 원금 감면 없이 은행과 차주 간 금리를 낮추는 ‘중개형’은 3만 9895명이 약정을 체결해 총 2조 9423억원을 조정했다. 캠코는 올해 들어 상담 인력을 늘리는 상황이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시기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상계엄 등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는 결국 헌법적 원칙에 근거한 사유재산 침해 피해를 본 것이다”며 “특히 자영업자에 대해 일부 이자 감면이 아니라 과감한 원금 탕감이 경제적으로도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에 집행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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