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정철원이 이닝을 마친 후 포효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1라운드 유망주 외야수를 내주고 데려온 필승조가 팀에 활력을 불어놓고 있다. 정철원(26·롯데 자이언츠)이 '아빠의 힘'으로 새 팀에서 자리잡고 있다.
정철원은 1일 기준 2025시즌 4경기에 등판, 승패 없이 2홀드 평균자책점 2.45를 마크 중이다. 3⅔이닝 동안 5개의 삼진과 1개의 볼넷을 기록했고, 피안타율 0.250과 이닝당출루허용률(WHIP) 1.09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올해 나온 4경기 모두 접전 상황이었다. 지난달 25일 SSG 랜더스와 원정경기에서는 2-1로 앞서던 8회말 올라와 삼자범퇴로 홀드를 따냈고, 다음날에는 동점 상황이던 6회말 무사 1, 2루에서 병살과 삼진으로 이닝의 문을 닫았다.
28일 KT 위즈와 홈경기에서는 첫 실점을 기록했지만, 다음날에는 7회초 1사 1, 2루에서 전 동료 허경민을 병살로 돌려세우면서 시즌 2번째 홀드를 달성했다.
최준용이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재활 중이고, 구승민도 구위가 올라오지 않아 2군으로 내려간 상황에서 정철원은 동갑내기 박진과 함께 팀의 필승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빠른 볼을 뿌려 고비를 넘기고 있다.
정철원의 투구 모습.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정철원은 군 복무 후 2022년 58경기(72⅔이닝)에서 4승 3패 3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3.10의 성적으로 신인왕에 올랐고, 이듬해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도 선발됐다. 2023시즌에는 평균자책점이 3.96으로 올랐으나, 13세이브와 11홀드를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평균자책점 6.40으로 부진했으나, 시즌 종료 후 3대2 트레이드(두산 정철원, 전민재↔롯데 김민석, 추재현, 최우인)를 통해 팀을 옮겼다. 특히 롯데는 2023년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뽑은 외야 유망주 김민석을 내주면서까지 정철원을 데려왔다.
최근 취재진과 만난 정철원은 "2022년의 느낌을 되살리고 싶었다. 그때는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마운드에 올라가 자신 있게 직구를 뿌리던 느낌을 얻고 싶었다"며 "캠프 때부터 변화구보다는 직구 메커니즘을 다시 살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감독님께 나라는 선수가 있다는 걸 어필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으로 열심히 준비했다"고도 말했다.
반대로 말하면 이후로는 생각이 많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정철원은 "2022년과 2023년 모두 72이닝을 던졌다. 그러면서 2024년에는 '많이 던졌으니 천천히 준비해 시즌 때 맞춰야지' 하는 계획이 있었는데, 몸이 늦게 올라오는 걸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는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생각으로 빨리 준비했다"고 얘기했다.
롯데 정철원이 이닝을 마친 후 포효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정철원하면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하는 세리머니가 포인트다. 올 시즌에도 위기를 탈출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면서 주먹을 불끈 쥐는 동작을 보여주며 팬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팀 동료 나승엽은 "멋있다. 그런 재능은 못 이긴다"고 감탄을 보냈다. 이에 대해 정철원은 "타자 형들과 팬들의 간절함이 저에게도 오는 것 같아서 더 열심히 던지다 보니 그런 세리머니가 나오는 것 같다"고 웃었다.
지난해 정철원은 배우자 김지연 씨와 사이에서 아들을 낳으며 한 아이의 아빠가 됐다. '육아는 힘들지 않나'는 질문에 그는 "와이프가 더 힘들어하고 있다. 저는 야구장에 나오면 말동무가 있지만, 와이프는 저 따라서 부산에 내려와서 친구도 없이 아기만 보고 있어 힘들 거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집에 가면 도와주기도 하고, 야구를 열심히 해서 자랑스러운 아빠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돈도 많이 벌어오고 싶다"며 책임감을 드러냈다.
호투를 펼치면서 정철원은 3연투까지도 이어가고 있다. 그래도 그는 "불펜투수라면 던지게 해주고 던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좀 열심히 던져야 되지 않나 싶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두산에서도 해봤기 때문에 경험을 쌓을 필요가 없다. 세금은 다 냈고, 이제 보여줄 것만 남았다"고도 했다.
정철원의 투구 모습.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