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를 돕는다면서 자동차 관세 25%로 자동차 산업을 궁지로 몰아넣은 가운데 가장 난감한 업체는 GM이다. GM은 미국내에서 판매한 차량의 거의 절반을 한국 등 외국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GM 관계자는 당분간 이 회사의 저가형 모델을 전 세계에 수출하는 거점으로 중요한 한국 사업에 계속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익명을 요구한 GM관계자에 따르면, GM은 한국내 3개 공장에서 생산하는 시보레 트랙스와 뷰익, 엔비스타 SUV 등의 수출 거점으로 한국 사업을 계속할 방침이다. 그러나 지난 주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폴 제이콥슨은 자동차 가격 인상대신 관세 영향의 30%를 비용 절감으로 커버하고 픽업 트럭 등 일부 모델의 미국내 생산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M은 작년에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의 거의 절반인 123만대를 한국 등 외국에서 생산했다. 이 때문에 미국 자동차 회사 가운데 트럼프의 자동차 관세 25%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회사로 꼽힌다.
GM은 트럼프의 자동차 관세로 올해 최대 50억달러(6조 9,600억원)의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일부 상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2025년 이자 및 세금 차감 전 이익이 약 20%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GM이 한국에 3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미국과 한국간 새로운 무역 협정이 체결되면 GM이 어느 정도 구제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M은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후 한국에서 세 번째로 큰 자동차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다른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타격을 입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테슬라와 루시드, 리비안 같은 전기차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자동차 회사들은 모두 미국내에서 파는 자동차의 상당량을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포드 자동차는 올해 25억달러의 관세 타격에 직면해 있으며 10억달러의 비용 절감을 통해 상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드는 미국 자동차 업체중 관세 노출이 상대적으로 적어 올해 주가가 상승했다.
GM 주가는 관세와 불확실한 경제 상황으로 올해 14% 이상 하락했다.
GM 최고재무책임자(CFO) 폴 제이콥슨은 지난주 자동차 가격을 인상하는 대신 관세 영향의 30%를 비용 절감을 통해 상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픽업트럭을 포함한 일부 모델의 생산을 미국 공장으로 이전한다고 말했다.
GM의 최고경영자(CEO)인 메리 바라는 5월 1일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주요 거래처들과 현재 진행 중인 논의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GM 소식통은 수입 전략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GM, 포드, 스텔란티스는 작년에 총 220만 대의 자동차를 미국으로 수입했다. 이는 미국이 외국에서 수입한 자동차의 약 28%에 해당한다.
지난 해 말 기준으로 미국으로 차량을 가장 많이 수입한 회사는 123만대를 수입한 GM이다. 그 뒤를 이어 도요타 120만대, 현대(기아차 포함) 111만대, 스텔란티스 56만4,600대, 혼다 50만 2,100대, 포드 41만9,300대 순이다.
스텔란티스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크라이슬러, 닷지, 지프, 램의 약 44%를 수입한다. 포드는 미국내 판매량의 약 21%를 수입한다.
이들은 관세 유예를 위해 백악관에 적극적으로 로비했다. 4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2년에 걸쳐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부과하기로 합의하면서 관세 유예가 일부 실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들이 미국으로 생산 시설을 이전할 시간을 벌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GM이 트럼프의 관세에 취약한 이유는 단순히 수입 차량의 양이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부 해외 공장의 위치도 GM의 취약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한국산 GM자동차는 4월 3일부터 발효된 25% 관세의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이는 GM 수입액 중 20억 달러에 해당된다. GM은 또 중국에서 약 5만 5,000대의 자동차를 수입했는데 중국은 현재 145%의 관세를 부과받고 있다.
반면, 캐나다나 멕시코에서 생산하고 미국-캐나다-멕시코 자유무역협정을 준수하는 차량에 대해선 관세가 면제된다. 포드는 5일, 미국내 자동차 부품 생산을 늘리겠지만, 매버릭 소형 픽업트럭과 브롱코 스포츠 SUV, 전기 머스탱 마하-E를 생산하는 멕시코 공장 두 곳의 생산량을 줄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글로벌데이터의 전 리서치 부사장인 제프 슈스터는 관세로 경쟁력이 약화돼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제조업체들이 대부분이 저가형 차량인 150만대의 생산을 점차 중단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미국의 신차 평균 가격은 5년사이 21% 상승해 4만8,000달러를 넘는다. 미국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슈스터는 "엔트리 레벨 시장이 쪼그라들면 해당 시장에 있는 구매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더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목표는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다. 작년에 110만대 이상을 수입한 현대자동차는 미국내 생산을 두 배 늘리기 위해 210억달러규모의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도요타도 500억달러를 투자, 미국내 판매차의 약 절반을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기업들로 하여금 미국내에서 차량 생산을 늘리라고 강제하는데는 성공해도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컨설팅 회사인 앨릭스 파트너의 글로벌 자동차 시장 책임자인 마크 웨이크필드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미국내 생산 비용 상승을 상쇄할 방법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면 많은 일을 자동화할것이고, 일자리 창출보다는 로봇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