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팅에서 산드로라는 이름에 외국인 남성 사진을 한 사람이 상대방에게 안부를 묻는다. 바다 한가운데서 배를 수리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짐이 곧 배달될 거라고 말한다. 상대방은 카드 대출을 받았고, 가족에게 돈을 빌렸다고 얘기한다.
바다 위에 발이 묶였다며 짐을 보낼 테니 통관비를 대신 내달라는 말에 피해자는 지난 4월부터 5월 초까지 17차례에 걸쳐 1억6500만원을 뜯겼다.
국제 연애빙자사기, 이른바 로맨스스캠 일당이 선원을 사칭하며 돈을 뜯어내는 대화 내용이다.
SNS에서 친분을 쌓은 뒤 돈을 요구하는 연애 빙자 사기, 이른바 ‘로맨스 스캠’을 통해 거액을 갈취한 국제 범죄조직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19일 로맨스 스캠 국제 사기단의 국내 총책 9명을 구속하는 등 12명을 검거해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총책 44살 A 씨는 러시아 국적이었고, 나이지리아인이 9명, 앙골라인 1명, 필리핀 출신 한국 국적자가 1명이었다. A 씨는 국내에서 범죄 수익을 관리했고, 다른 조직원들은 인출책 등으로 활동했다. 피해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낸 일당은 해외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등은 지난 1월부터 10개월 동안 시리아 파병 미군이나 UN 직원, 유학생 등을 사칭하며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밴드 등을 통해 한국인 피해자 14명에게 접근, 친분을 쌓은 뒤 68차례에 걸쳐 14억 원을 갈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회사에 취업했는데, 동결된 계좌를 푸는데 돈이 필요하다’, ‘군의관 근무 중 UN과 우크라이나로부터 보상으로 받은 금괴를 대신 받아달라’는 등 상대방을 속이는 수법도 다양했다.
일당은 실제 전화나 영상통화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주로 문자로만 대화했다고 경찰은 밝혔다.범행에 이용된 계좌는 국내에 입국했던 외국인이 출국 시 판매한 대포통장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피해자들을 허위 사이트로 유도한 뒤 가짜 정보를 확인하게 하는 등 수단이 고도화되고 있다”며 “SNS를 통해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금품을 요구받을 경우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외국인 명의 계좌는 명의자가 체류 기간 만료 후 출국할 경우 이용이 정지되도록 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