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연중 기획
대한민국 위대하게 만들어줄 10개 질문
위대한 기업은 ‘위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건희 회장은 임원들에게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했다. 정주영 회장의 상징이 된 “임자, 해 봤어?”란 질문은 안일한 정신을 때리는 죽비와도 같았다.
위대한 질문은 탁월한 혁신을 이끌어낸다. 오늘날 TSMC는 ‘반도체 생산 전문시설로 특화한 비즈니스를 만들어보면 어떨까’란 모리스 창의 질문에서 시작됐다. 지금은 전 세계 천재들이 ‘인공지능(AI)은 어떻게 범용인공지능(AGI)과 로봇(피지컬AI)으로 진화할까’란 질문에 매달려 있다.
대한민국 학계를 선도하는 22명의 학자가 10개의 ‘위대한 질문(그랜드 퀘스트)’을 만들었다.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산업계와 후배 연구자들에게 함께 해답을 찾아보자는 제안이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대한민국 과학기술계와 산업계가 미래와 명운를 걸고 도전해야 할 질문은 무엇인가”다.
‘그랜드 퀘스트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정동 서울대 교수는 “지금 대한민국의 주력 산업은 모두 2000년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냉정히 말해 대한민국은 지난 25년간 누구도 농사를 짓거나 새로 장을 보지 않고 ‘냉장고 파먹기(냉장고 속 남은 재료들을 소진하는 것)’만 해온 것이나 다름없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오늘이 불안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진정 두려운 건 도전하지 않는 분위기이고, 그래서 오늘보다 내일이 암울하다는 것”이라며 “10개의 그랜드 퀘스트는 10년, 15년을 끈질기게 매달려야 겨우 풀 수 있을까 말까 하는 문제들이지만, 2~3개만 풀어도 대한민국을 잘 먹고 잘살게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일경제신문은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함께 ‘대한민국을 위대하게 만들어 줄 10개의 질문’ 연중 기획을 연재한다. 이 교수는 “고수들이 던지는 문제는 잔잔한 호수에 던지는 돌멩이 하나와 같다”면서 “이 질문들이 우리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논쟁과 토론의 장을 열어서, 벼랑 끝에 서 있는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도약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신찬옥 과학기술부장(팀장) / 박준형 기자 / 이상덕 기자 / 원호섭 기자 / 추동훈 기자 / 심희진 기자 / 김지희 기자 / 고재원 기자 / 심윤희 논설위원 / 박만원 논설위원 / 김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