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공휴일 무산? 오히려 좋아"…자영업자들 환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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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순라길'을 찾은 젊은 인파들./사진=김유진 기자

목요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순라길'을 찾은 젊은 인파들./사진=김유진 기자

24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의 '서순라길'에는 평일 퇴근 시간 전임에도 불구하고 100여명의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서순라길은 종로 귀금속거리의 뒤편의 골목으로, 종로3가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다. 종묘 성벽을 따라 형성된 400m 길이의 골목에 맛집과 카페들이 줄지어 있다. 평소 차가 잘 다니지 않는 도로인데다가 고즈넉한 돌담길의 분위기 덕분에, SNS 게시용 사진을 찍으러 이곳을 찾은 젊은이들이 많다.
이날은 상 17도를 웃도는 화창한 날씨에 따뜻한 봄바람까지 불어, 야외 테이블과 테라스가 즐비한 서순라길은 평소보다 더 활기를 띄었다.

○5월2일 임시공휴일 무산에 자영업자들 '안도'

6·3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5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안도하고 있다. 연휴가 길어져 해외여행이 급증하면 국내 소비가 오히려 줄어들까 우려했는데,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아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서순라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유모씨(38)는 "연휴가 길어질수록 거리에 사람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며 "지난 설 연휴에는 거리가 텅 비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쥬얼리 쇼룸을 운영하는 이모 씨(38)도 "작년 추석 연휴처럼 휴일이 길어지면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서순라길의 음식점들은 대부분 야외 테이블과 테라스를 컨셉으로 한다./사진=김유진 기자

서순라길의 음식점들은 대부분 야외 테이블과 테라스를 컨셉으로 한다./사진=김유진 기자

같은 지역에서 소품샵을 운영하는 김모씨(30)는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도 임시 공휴일이 생기지 않는 편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설 연휴 때 내수 진작을 위해 임시공휴일을 지정했지만 실질적인 소비 활성화 효과는 거의 없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 내국인 출국자 수는 역대 최대치인 297만2916명을 기록했고, 이 중 약 33%인 96만7100명이 일본으로 향했다. 같은 시기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은 전주 대비 34% 감소해 내수 활성화 효과는 미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 스케줄 조정 번거로워...공휴일 지정 불편
근무 일정이 비정기적인 일부 직장인들은 임시공휴일 지정이 오히려 불편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병원에서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안모 씨(34)는 "병원 업무 특성상 근무 스케줄을 미리 정하기 때문에 임시 공휴일이 추가되면 오히려 일정 조정이 번거롭다"고 말했다. 백화점 직원 이모 씨(37) 역시 "백화점 직원들도 ‘퐁당퐁당’으로 일하기 때문에 공휴일 무산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원칙없이 임시공휴일 지정을 남발할 경우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올해는 6월 3일 대선으로 인해 추가 공휴일이 지정돼 유독 휴일이 많다"며 "공휴일이 늘어나면 영세 자영업자들은 매출 감소와 함께 직원들의 휴일근로수당까지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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