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잘 지내셨어요? 갑자기 제 목소리가 들려서 놀라셨죠? 많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해요”
일본으로 향하는 티웨이항공 비행기가 공항을 이륙하자 기내에서는 안전을 당부하는 안내방송에 이어 한 소방관의 음성 편지가 울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고(故) 김수광 소방장. 그는 지난해 1월 경북 문경시 신기동 공장화재 현장에서 화재진압 활동에 나섰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이날 비행기에는 김 소방장의 아버지 김종희, 어머니 이보경씨를 포함해 순직 소방관 부모 17명이 함께 타고 있었다. 티웨이항공과 순직 소방관 유가족 비영리법인인 ‘소방가족희망나눔’이 마련한 마음치유 여행에 동행한 것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 목소리를 1년여 만에 듣게 된 어머니 이씨는 그간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같은 아픔을 가진 부모들도 서로 손을 잡으며 눈물을 훔쳤고, 기내의 다른 승객들은 따뜻한 박수로 유가족을 위로했다. 김 소방장의 음성 편지는 LG유플러스의 기술지원으로 고인의 음성을 복원해 제작됐다.
김 소방장 가족은 일본 공항에 도착하고서 또 한 번 놀랐다고 한다. 아들과 함께 근무했던 양영수 소방경이 우연히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던 것이다.
기내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후배 목소리를 듣게 된 양 소방경은 “비행 내내 함께 울었다”며 “이렇게 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 했다”며 김 소방장 부모의 두 손을 꼭 잡고 끌어안았다.
김 소방장의 음성편지 영상인 ‘소방관 부모님들이 기내식 먹다가 눈물 쏟은 사연’은 지난 14일 소방청 공식 유튜브 채널 소방청TV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공개됐다. 일본으로 향한 순직 소방관 부모들의 마음치유 여행 이야기는 다음달 소방청TV를 통해 소개된다.